17 Jan 2026

독-러 해저 가스관 노드 스트림의 폭파 주범, 독일로 신병 인도-독 우크라 관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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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첫해인 2022년 9월 러-독 해저 가스관인 '노르트 스트림'(노드 스트림)을 폭파한 핵심 용의자로 지목된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장교 출신의 세르게이 쿠즈네초프가 27일 이탈리아에서 독일로 인도됐다. 쿠즈네초프는 지난 8월 이탈리아에서 체포된 뒤 신병 인도를 둘러싼 법정 공방에서 대법원으로부터 재심 판결을 받아내는 등 석방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끝내 폭파 사건을 수사 중인 독일로 넘겨지는 운명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노드 스트림 폭파로 발트해상에 생긴 거대한 물결/사진출처:덴마크 국방부
노드 스트림 폭파로 발트해상에 생긴 거대한 물결/사진출처:덴마크 국방부

 

독일로 신병이 인도되는 노드 스트림 폭파 용의자 쿠즈네초프/로이터 통신 웹페이지 캡처
독일로 신병이 인도되는 노드 스트림 폭파 용의자 쿠즈네초프/로이터 통신 웹페이지 캡처

노드 스트림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발트해 해저를 통해 유럽으로 수송하는 약 1천200㎞ 길이의 가스관이다. 노드 스트림 1, 2 가스관 4개 중 3개가 지난 2022년 9월 발트해상에서 폭파돼 러시아의 유럽 가스 공급이 차단됐다. 사고 현장에서 가까운 독일과 덴마크, 스웨덴 등이 사건 수사에 착수했으며, 이후 덴마크와 스웨덴이 손을 떼고 모든 자료를 독일 측에 넘겼다. 독일 연방검찰은 장기간의 수사 끝에 쿠즈네초프 등 우크라이나인 7명을 용의자로 지목, 유럽연합(EU)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신병 확보에 나선 바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독일 연방검찰은 27일 쿠즈네초프를 이탈리아로부터 넘겨받았다고 밝혔다. 연방검찰은 "용의자는 오늘(27일) 이탈리아에서 송환되었다"며 "내일(28일) 카를스루에 연방사법재판소에 출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독일 수사당국은 쿠즈네초프를 노드 스트림 '사보타주'(비밀 폭파공작) 팀을 이끈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체포는 지난 8월 이탈리아 동부 휴양 도시 리미니에서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가족들과 느긋하게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이후 이탈리아의 최고 보안 교도소에 수감된 채 독일로의 신병 인도를 둘러싼 법정 투쟁을 벌여왔다. 1, 2심에서는 인도 결정이 나왔으나, 지난 10월 이탈리아 대법원이 재심 결정을 내리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그의 변호인은 즉각 석방을 요구했으나 기각됐고, 재심 항소법원(우리 식으로는 고등법원)에 이어 대법원이 지난 19일 신병 인도판결을 내림으로써 쿠즈네초프는 독일로 넘겨지게 됐다. 

이탈리아 법정에 출두하는 쿠즈네초프/사진출처:텔레그램
이탈리아 법정에 출두하는 쿠즈네초프/사진출처:텔레그램

그는 재심 기간에 인간다운 생활 환경의 보장을 요구하며 교도소에서 단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의 변호인 니콜라 카네스트리니는 "이탈리아 사법당국이 그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전쟁포로이자 인간으로서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쿠즈네초프가 열흘째 단식 중이며, 체중이 이미 9㎏나 빠졌다"고 주장했다. 채식주의자에 맞는 식단 제공과 비흡연자 수감방으로 이감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쿠즈네초프의 신병 인도로 노드 스트림 폭파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고, 우크라이나 정부의 연루 가능성이 확인되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정권의 도덕성이 또 한번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뜩이나 에너지 기반 시설(에너지 기업 에네르고아톰)에 관한 권력형 비리 스캔드로 도덕성에 타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정권으로서는 향후 EU의 지원 축소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용의자들의 잇단 체포 이후 "노드 스트림 폭파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 대(對)우크라이나 지원에 균열이 생길 위험이 있다고 지난 9일 지적하기도 했다. 독일 수사당국은 키예프(키이우)를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는데, 발레리 잘루즈니 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주영 우크라이나 대사)이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인 석유 및 가스 수입을 막고 독일과의 경제적 관계를 약화시키기 위해 '사보타주'를 직접 지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노드 스트림 폭파 사건에 이용된 요트인 안드로메다호/사진출처:슈피겔
노드 스트림 폭파 사건에 이용된 요트인 안드로메다호/사진출처:슈피겔

WSJ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최대 군사및 재정 지원국인 독일에서 노드 스트림 폭파 사건의 재판이 진행된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재판이 시작되면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방공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는 독일과의 관계가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지난 9월 노드 스트림 사건을 아예 '테러 행위'라고 주장했다.

쿠즈네초프의 변호인은 그러나 "그가 독일로 인도되고, 재판을 받더라도 무죄로 풀려날 것"이라며 "쿠즈네초프는 사건 당시 우크라이나에서 군복무 중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우크라이나 용의자 1명은 지난 9월 폴란드에서 체포됐으나 폴란드 법원은 독일 측의 신병 인도를 거부하고, 즉각 석방을 명령했다. 전쟁 중 정당한 군사 작전의 일환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쿠즈네초프도 재판에서 같은 주장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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