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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카의 나라' 러시아에서 한국 소주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고 한다. 소주의 대(對)러시아 수출량은 전년에 이어 올해 열달간 180%가량 늘어났다. 하지만 이게 다일까? 현지 언론의 분석은 조금 다르다.
코메르산트 등 러시아 언론은 최근(11월 19일) "한국의 '국민 술'인 소주가 러시아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며 "올해 1~9월까지 판매량이 전년 대비 105.6% 증가해 71만 6천 데카리터(Dekaliter, 10리터)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그 이유로는 소주의 현지 생산과 한류의 인기를 꼽았다.


한국 소주의 러시아 수출은 급증세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1~10월 러시아로의 소주 수출량은 2만7,121톤(t)으로 전년 동기(9,649t) 대비 1만7,472t(181%)이나 늘어났다.
국내 주류 업체들도 러시아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월 러시아 법인을 설립하고,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운영하던 판매 사무소를 지점으로 격을 높였다. 주력 제품은 여전히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밀키스와 레쓰비이지만 처음처럼, 순하리와 같은 소주의 판매 마케팅도 늘려가고 있다.
1990년대 러시아에 진출한 진로(현재는 하이트진로)는 2018년 러시아 주류 판매 체인 '빈랩' 입점을 시작으로,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 채널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소주의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는 게 코메르산트의 지적이다. 올해 1~9월 진로 소주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21.9% 감소한 2만 5천 달(daL, 데카리터의 표기법/편집자)에 그쳤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소주의 인기 요인으로 주로 '낮은 (알콜) 도수'와 '다양성'이 꼽히는데, 한국 소주는 현지 생산 소주 브랜드에 비해 가성비가 떨어진다.
러시아소주생산자협회(ASG)에 따르면 2023년부터 현지 생산이 시작된 러시아산 소주는 가격이 병당 270루블(약 4,500원)부터, 한국산 수입 소주는 750루블(약 1만2천원)부터 판매된다. 한국 소주가 세 배나 비싸다. 현지 전문가들이 러시아 소주 시장의 빠른 성장을 이끈 주요 요인으로 현지 생산을 꼽은 것도 절대 무리는 아니다.
판매량을 보면 그 격차는 현격하다. 펜자보드카종합주류(Объединенные пензенские водочные заводы)는 올해 1~9월 '잔투간'(Джантуган, JANTUGAN) 소주를 24만1천 달((daL)이나 팔아 전년 대비 495.1% 늘렸다. 현지 생산업체 중 판매량 1위다. 진로 소주의 판매량(2만 5천 달)보다 무려 10배나 많다.

칼루가주(州)에 있는 주류업체 크리스탈(Кристалл)은 '스턴'(Stun) 소주를 13만4,000 달(46.4%↑)이나, 시베리아주류그룹(Алкогольная сибирская группа)은 '시브사'(Sibsa) 소주를 12만5천 달이나 팔아치웠다.
국내 전문가들도 러시아 현지 업체들이 한국 소주와 흡사한 디자인으로 제품 개발 비용을 아끼고, 관세와 물류비 부담이 없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본다.
소주의 인기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는 않을까?
주류 전문가들로 구성된 현지 비영리 협회인 '알코프로(Alcopro) 길드'의 회장 안드레이 모스코프스키는 '소주가 시장에서 자리 잡으려면 최소 3년간 판매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세계적으로 저알코올 주류에 대한 수요가 늘고 △한류의 인기가 계속되는 한 소주의 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류의 인기는 지난 여름 한국 아이스크림의 판매량 급증으로도 입증됐다는 게 코메르산트의 지적이다.
모스코프스키 회장은 "소주의 현지 생산이 처음에는 실험적인 차원에서 이뤄졌으나, 올 한 해에만 13개의 새로운 러시아 소주 브랜드가 시장에 출시될 정도"라고 놀라워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여름, 타트스피르트프롬(Татспиртпром)이 '쿠미호'( KumihoKumiho) 소주 생산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현지 시장 분석 회사 닐슨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소주에 대한 수요는 다른 종류의 술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1~8월 소주 브랜드의 판매량은 76.4% 늘어난 반면, 저알코올 전체 주류 판매량은 1.7% 증가하는데 그쳤다는 것이다.
특히 K-푸드가 현지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국 식당을 찾는 러시아인들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소주가 틈새시장을 장악했다는 분석이다. 또 20가지가 넘는 다양한 과일 맛의 저알코올 주류는 여성을 비롯한 많은 소비 계층에게 매력적이라고 시베리아주류그룹 측은 밝혔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