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Jan 2026

크렘린 미-러 밤새 평화 협상이 미-우크라 2차례 협상과 같은 점, 다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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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가 트럼프 미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새 평화안(28개항의  평화 계획)을 논의하는 첫번째 자리인 크렘린 회동이 2일 밤 12시를 넘겨 끝났다. 미국에서는 스티브 위트코프 미 대통령 특사와 대통령 사위 제러드 쿠슈너가, 러시아에서는 푸틴 대통령과 우샤코프 외교담당 보좌관, 트미트리예프 대통령 대외문제 특별 보좌관이 마주 앉았다. 5시간이나 장시간 논의한 회담치고는 공식 발표 내용은 거의 없었다.

크렘린에서 마주 앉은 미-러 대표들/사진출처:크렘린.ru 
크렘린에서 마주 앉은 미-러 대표들/사진출처:크렘린.ru 

 

rbc 등 러시아 언론과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크렘린 미-러 협상은 제네바를 거쳐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진행된 이전의 미-우크라 협상과는 여러모로 차이가 났다. 지난달(11월)에 두 차례 열린 미-우크라 회담에서는 우크라 대표단의 단장을 예르마크 전 대통령 실장과 우메로프 국가안보국방회의(우리의 국가 안보실 격) 서기(장관급)가 맡았지만, 크렘린 회담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과 고위급 실무 회담에 직접 나선 적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담판을 벌였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과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에서 위트코프 미 특사를 직접 만나 의견을 나눴다. 미국 대표단 입장에서 보면 협상에 임하는 러시아의 진정성만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또 미-우크라 회담의 경우, 협상이 끝난 뒤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우크라이나 대표단장이 기자들 앞에서 결과를 설명했다. 하지만 크렘린 회동에서는 밤이 늦은 탓도 있겠지만, 우샤코프 보좌관이 간략하게 브리핑하는데 그쳤다. 그마저도 협상 내용을 서로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며 답변을 극도로 자제했다. 

크렘린으로 들어서는 미국 대표단. 왼쪽부터 우샤코프 보좌관, 쿠슈너, 드미트리예프 보좌관, 위트코프 미 특사/사진출처:크렘린.ru
크렘린으로 들어서는 미국 대표단. 왼쪽부터 우샤코프 보좌관, 쿠슈너, 드미트리예프 보좌관, 위트코프 미 특사/사진출처:크렘린.ru

미국 대표단은 (보안이 철저한) 주모스크바 미국 대사관에 들러 (미국에 보고한 뒤/편집자) 곧바로 미국으로 떠났다. 벨기에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협의할 것이라는 기대는 무산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대표단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벨기에로 온 것으로 전해졌다.

위트코프 특사의 태도도 눈길을 끌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의 크리스토퍼 밀리 특파원은 위트코프 특사가 이틀 전 마이애미에서와 달리 말끔하게 면도를 하고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SNS에 썼다. 마이애미에선 헝클어진 모습으로 상대(우크라이나 대표)와 눈도 잘 마주치지 않고 웃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푸틴 대통령과 마주앉은 미국 대표단. 왼쪽부터 미국측 통역, 위트코프 특사, 사위 쿠슈너/사진출처:크렘린.ru
푸틴 대통령과 마주앉은 미국 대표단. 왼쪽부터 미국측 통역, 위트코프 특사, 사위 쿠슈너/사진출처:크렘린.ru

협상에서도 형식이 내용을 정의한다고 보면, 공식 발표도 없고, 미국 측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남도 거부한 것 등으로 미뤄 양측의 협상은 순조롭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 가능하다. 우샤코프 보좌관의 짧은 브리핑을 들은 모든 언론들도 "양국이 협상에서 돌파구를 찾는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협상의 시작과 끝, 논의 자료에 대한 헷갈림도 여전히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일 크렘린 미-러 회동 전에 "미국 평화안의 최신 버전은 두 차례 협상을 거쳐 20개 항목으로 정리(합의/편집자)됐으나, (논의할) 몇 가지 사항이 아직 더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샤코프 보좌관은 이날 협상에서 28개 항목의 기본안(트럼프 대통령의 원래 평화안/편집자)외에 미국 측으로부터 4개의 문서를 추가로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4개의 문서가 오늘 주로 논의한 내용"이라며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모두 우크라이나 위기의 장기적인 평화적 해결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서의 구체적인 문구나 제안이 아니라 담긴 내용의 본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첫 만남인 만큼 구체적인 문안 조정에는 이르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첫 평화 계획이 우크라-유럽과의 협상을 통해 수정돼가는 과정을 담은 문서들(4개의 문서?/편집자)도 두루 훑어본 것으로 보인다. 

스트라나.ua는 3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기사 중 '모스크바 협상은 어떻게 끝났나?'(Чем закончились переговоры в Москве) 코너에서 "미국 대표단은 예상과 달리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유럽에 가지 않고, 미국으로 직행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유럽연합(EU) 깜짝 방문(벨기에 브뤼셀 방문/편집자)의 주요 목표는 미국 대표단과의 만남으로 여겨지는데, 실현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회담 후 미국 대표단이 바로 미국으로 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크렘린 협의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먼저 전달한 뒤 우크라이나 측에 알려달라는 주문으로 보인다. 미국도 이를 수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브뤼셀에서 내용 공유를 기대한 우크라이나 측으로는 섭섭하거나 아쉬운 대목일 수 있다. 스트라나.ua가 바로 이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크렘린 미-러 회담 결과를 브리핑하는 우샤코프 보좌관/사진출처:크렘린.ru
크렘린 미-러 회담 결과를 브리핑하는 우샤코프 보좌관/사진출처:크렘린.ru

이날 우샤코프 보좌관의 발표를 요약하면 △대화는 유용하고 건설적이며 의미가 있었으나 타협안에 도달하지는 못했고 △트럼프 평화 계획의 일부 사항은 러시아가 수용할 수 있지만, 다른 사항은 수용할 수 없으며 △양국간 접촉은 계속하되, 협상 내용은 서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 등이다. 

이 대목에서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히 알 수 있다. 가장 핵심적인 쟁점인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주둔 우크라이나군의 철수 합의에는 실패했다는 점이다. 특히 러-우크라 양국 모두 이 대목에서 양보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미국도 확실히 알게 됐다는 것이다.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도네츠크주의 약 30~50km, 즉 20%에 해당하는 우크라이나의 통제 지역"이라며 "미국은 러시아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며, 서방이 키예프(키이우)에 대한 지원을 현재 수준으로 계속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샤코프 보좌관도 "영토 문제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미국에게도 마찬가지"라면서 "아직 타협안을 찾지는 못했지만, 미국의 몇몇 제안은 어느 정도 수용 가능한 듯하지만 논의가 필요하고, 제안된 문구 중 일부는 우리에게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국 사이에는 영토 문제 외에도 이견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는 '이 회담 이후 평화가 가까워졌는지'를 묻는 질문에 "확실한 것은 더 멀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미국 대표단이 워싱턴에서 크렘린 회담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논의한 후, 모스크바에 전화로 연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내다봤다. 양국이 접촉을 계속하기로 했다는 발표와 같은 맥락이다. 그는 또 "전장에서의 러시아군의 성공이 협상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미국 대표단 간의 면담이 무산되자 우크라이나도 즉각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비가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3일 "미국이 러시아와의 협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우메로프 서기와 그나토프 우크라이나군 참모장이 새로운 협상 라운드를 열기 위해 내일(4일) 미국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네바→마이애미→모스크바→워싱턴을 오가는 셔틀 협상이 숨가쁘게 펼쳐지는 구도다. 위트코프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지침을 받아 우크라이나와 추가 협의에 나설 게 분명하다. 

셔틀 협상이 계속 평행선을 그으면, 최종 결정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마지막 선택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 그의 선택지는 세 가지다. △우크라이나에게 크렘린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압박하는 방안과 △러시아에게 더 양보하도록 요구하는 방안, △양측이 합의에 가까워질 때까지 또 손을 놓고 기다리는 방안이다. 

여기서 질문은 '그렇다면 시간은 러-우크라 중 누구의 편이냐'로 돌아간다. 양국은 모두 크든 작든 여러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봐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전선에서 밀리고 있는 데다 러시아군의 지속적인 공습으로 겨울철 전력 확보및 난방 제공에 곤란을 겪고 있다. 러시아도 서방의 제재 강화에 의한 수출 부진과 우크라이나군의 사회 인프라 공격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시간이 더 갈수록 어느 한쪽이 버티지 못하고 합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는 분명히 있다. 다만 그때가 언제쯤일까? 이르면 내년 상반기? 늦으면 내년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다. 

스트라나.ua는 "가까운 미래에 상황을 극적으로 바꿀 수 있는 두 가지 요인이 우크라이나에 잠복해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전쟁 자금 조달과 권력 지도의 급변을 들었다.

가장 화급한 것은 자금을 확보하는 일이다. 우크라이나는 3일 내년(2026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는데, 그 자체가 공허하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표결을 앞두고 세르게이(세르히) 마르첸코 재무부 장관이 "2026년 예산을 맞추기 위해서는 국제 파트너(서방)로부터 450억 달러 이상을 유치해야 한다"고 전제를 달았기 때문이다.

우크라 최고라다(의회) 모습/사진출처:텔레그램@verkhovnaradaukrainy
우크라 최고라다(의회) 모습/사진출처:텔레그램@verkhovnaradaukrainy

표결에 참여한 한 의원에 따르면 예상되는 450억 달러의 재정 적자 중 적어도 절반인 약 190억 달러(약 8,000억 흐리브나)의 확보 방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2026년 우크라이나 예산은 수입 2조 9,180억 흐리브냐, 지출 4조 7,810억 흐리브냐로, 재정 적자는 GDP의 18.5%에 이른다. 8,000억 흐리브나는 조달 방법이 없다니 다소 황당하다. 

유일한 기대는 EU가 이달 중순에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대(對)우크라 지원 방안에 대한 결론을 내는 것이다. 러시아 동결 자금으로 바탕으로 한 '배상금 대출'을 포함해 여러가지 재원 조달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는데, 합의 전망이 불투명하다. 특히 러시아 동결 자산의 주요 보유국인 벨기에와 유럽중앙은행은 '배상금 대출'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미국이 지원을 중단한 상태에서 유럽마저 키예프에 대해 필요한 규모의 군사및 재정 지원을 계속 보장하지 못한다면, 우크라이나는 평화협상에서 양보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특히 예르마크 대통령 실장의 사임에 따라 정국 전반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가는 젤렌스키 대통령로서는 마지막 선택으로 미국의 압력에 굴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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