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Jan 2026

내년 동계올림픽 앞두고 러시아에 대한 국제스포츠연맹의 족쇄가 풀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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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6일 개막하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국제 스포츠계에서 왕따가 된 러시아가 차츰 제자리로 돌아오는 듯한 느낌이다. 러시아의 특수군사 작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對)러 제재를 가한 국제스포츠 연맹들이 차츰 빗장을 풀고 있는 것이다.

그 길은 러시아가 영향력이 큰 종목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우선 러시아의 '국민 스포츠'로 불리는 삼보 종목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국제삼보연맹(FIAS)은 내년(2026년)부터 모든 국제 대회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자국 국기를 달고 국가를 연주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FIAS는 지난 4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같은 결정을 발표하면서 "동등한 대우 원칙에 따라 2022년부터 적용된 중립국 신분 조치를 철회하고 완전한 정상화로 나아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출신인 바실리 셰스타코프 FIAS 회장은 "스포츠는 정치와 분리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그동안 양국 선수들이 중립국 신분으로나마 대회에 나설 수 있도록 해왔다"면서 "스포츠는 어려운 시기에도 상호 이해를 돕는 가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삼보연맹 홈페이지. 러시아 벨라루스의 징계 해제를 공식 발표했다/캡처
국제삼보연맹 홈페이지. 러시아 벨라루스의 징계 해제를 공식 발표했다/캡처

 

FIAS 집행위원회는 이같은 기조에 맞춰 지난 10월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 열린 회의에서 유소년 및 주니어 대회에 양국 선수의 국기 사용을 허용한 데 이어 지난 4일 이를 전 연령대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러시아와 벨라루스 삼보 선수들은 FIAS 깃발과 로고를 달고 국제 대회에 참가해 왔다. 

이에 앞서 국제유도연맹(IJF)은 지난 6월 벨라루스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복원한 데 이어 11월 28~30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그랜드슬램대회부터 러시아 선수들에게도 같은 권리를 부여했다. 아부다비 그랜드슬램대회 남자 60㎏급에서 블리예프 아유프가 금메달을 따자 경기장에 러시아 국기가 게양되고 국가가 연주됐다. 

IJF 집행위원회는 표결을 통해 러시아 징계 해제를 결정한 뒤 언론 발표문을 통해 "우리는 러시아의 완전한 복귀를 통해 모든 수준의 경기가 더욱 알차고, IJF의 공정성과 포용성, 존중이라는 원칙이 지켜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유도 강국이다. 또 마리우스 비저 회장(Marius Vizer) IJF회장은 친러 성향의 헝가리 출신이다. 

러시아에 대한 징계가 해제된 첫 유도 국제대회인 아부다비그랜드슬램 포스터/사진출처:국제유도연맹 
러시아에 대한 징계가 해제된 첫 유도 국제대회인 아부다비그랜드슬램 포스터/사진출처:국제유도연맹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도 지난 9월 서울에서 열린 총회에서 양국의 회원 자격 정지를 해제했다. 이에 따라 양국 선수들은 내년 3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에 국기를 앞세워 출전할 수 있다.

반러 성향의 국제스포츠 연맹이 러시아 선수들의 국제대회 참가를 막으려는 시도도 한계에 봉착한 듯하다. '동계스포츠의 꽃'인 스키대회를 관장하는 국제스키연맹(FIS)은 지난 10월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예선 참가를 불허한다고 발표했다. 동계올림픽 참가를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반발한 양국 스키협회는 자국 선수 17명과 함께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고, 2일 승소했다. 소송 참여 선수 중에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에어리얼 금메달리스트 한나 후스코바(벨라루스)도 포함됐다. CAS는 러시아와 벨로루시 스키선수들이 개인중립선수(AIN·Individual Neutral Athletes) 자격으로 국제 경기에 참가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FIS는 "CAS의 결정에 승복한다"며 양국 선수들에게 AIN 자격을 이메일로 신청하라고 안내했다.

AIN 자격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러시아 선수들을 어떤 형식으로든 올림픽에 참가시키기 위해 고안해낸 방법이다. 전쟁에 직접 연루되지 않는 선의의 피해자를 막는다는 명분에서다. AIN 선수들은 소속 국가명과 국기를 유니폼이나 단복에 부착하거나 사용할 수 없다. 또 메달 시상대에 오르더라도 국기 게양 및 국가 연주가 없다. 일부 종목에서는 아예 단체전에 나가지 못한다.

다만 이들의 올림픽 예선 출전 여부 결정은 해당 종목의 국제연맹에 맡겼는데, FIS가 2026 동계올림픽 예선에 러-벨라루스의 참가를 금지했다가 뒤집어진 것이다. 

동계올림픽 예선대회 참가가 허용된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 아델리아 페트로샨/사진출처:VK 영상 캡처
동계올림픽 예선대회 참가가 허용된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 아델리아 페트로샨/사진출처:VK 영상 캡처

국제빙상연맹(ISU)도 여자 싱글의 아델리아 페트로샨과 남자 싱글의 페트르 굼메니크 등 두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AIN 자격으로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IOC도 지난 1일 "두 선수가 올림픽 참가 초청을 수락했다"며 페트로샨과 굼메니크의 2026 동계올림픽 참가를 확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유명 스포츠 선수들이 국제대회 출전을 위해 국적을 바꾸는 일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이제는 우크라이나 유명 선수가 러시아로 국적을 취득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물론, 그 명분은 다양하다. 

우크라이나 다이빙 간판 소피아 리스쿤/사진출처:sport.ua
우크라이나 다이빙 간판 소피아 리스쿤/사진출처:sport.ua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여자 다이빙의 간판 선수인 소피아 리스쿤이 지난 6일 러시아로 국적을 바꿨다. 우크라이나 다이빙연맹은 즉각 리스쿤을 제명하고 수상 기록을 취소하기로 했다. 

리스쿤은 러시아군이 점령을 계속하고 있는 돈바스 지역(루간스크주) 출신이다. 그녀는 키예프(키이우)에서 훈련을 계속할 수 없어 폴란드로 떠났다가 "코치들과의 문제로 국적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출신 지역으로만 보면 그녀의 선택은 예상 가능하다. 그녀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달고 2025년 세계 다이빙 선수권 대회와 유럽 선수권 대회에서 혼성 단체전 금메달, 10m 싱크로나이즈드 플랫폼에서 은메달을 땄다. 두 대회에서 그녀가 그동안 따낸 메달은 무려 12개다. 지난해 유럽 선수권 대회에서는 10m 싱크로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리스쿤은 러시아 매체 이즈베스티야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서는 더이상 성장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며 "코치 대부분이 체조나 트램펄린 출신이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다이빙연맹은 세계수영연맹(WA) 등 관련 단체에 그녀의 자격 정지를 요구할 계획이다. WA는 현재 러시아 선수들에게 AIN 자격으로 대회 참가를 허용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단체전 참가도 받아들일 방침이다. 

러시아로 국적을 바꾼 우크라 종합 격투기 니키타 크릴로프/사진출처:엑스@KrylovUFC
러시아로 국적을 바꾼 우크라 종합 격투기 니키타 크릴로프/사진출처:엑스@KrylovUFC

우크라이나 축구 유망주와 종합 격투기(UFC) 선수도 러시아로 국적을 바꿨다. 우크라이나 프로 축구 클럽 샤흐타르의 미드필더 알렉산드르 로스푸트코(21)는 지난 8월 러시아 국적을 취득한 뒤 러시아 차이카 클럽에서 뛰고 있다.

또 종합격투기 라이트헤비급 선수인 니키타 크릴로프는 자신의 국적을 러시아로 변경했다고 지난 4월 발표한 바 있다. 크릴로프 역시 수영의 소피아 리스쿤과 마찬가지로 루간스크주(州) 출신이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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