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Jan 2026

러시아가 아이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를 차단했다가 심한 후폭풍에 시달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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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블록스를 돌려달라!"
러시아 통신규제당국인 '로스콤나드조르'(Роскомнадзор, 연방 통신·정보기술·미디어 감독청, 우리의 방통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격)가 극단주의적이거나 성소수자(LGBT+)를 선전하는 내용의 콘텐츠를 배포했다는 이유로 인기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의 접속을 차단했다가 아이들(주 이용층 8세~16세)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그동안 러시아는 국익 차원의 다양한 이유로 서방의 주요 플랫폼, 메신저, 사이트의 접속을 막았지만, 로블록스처럼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하기는 처음인 듯하다.

로블록스 측은 "우리는 사업 영위 국가의 법률과 규정을 존중한다"며 "로블록스는 모든 이용자들에게 학습및 창작, 교류를 위한 긍정적인 공간을 제공하며, 유해 콘텐츠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강력한 예방 장치를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출처:위키피디아
사진출처:위키피디아

 

로블록스 게임 캐릭터/사진출처:유튜브
로블록스 게임 캐릭터/사진출처:유튜브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와 베도모스티 등 러시아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아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로블록스의 차단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9일 "당국이 아이들로부터 플랫폼 차단을 해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며 "크렘린도 안전한 인터넷 연맹(Лигa безопасного интернета)의 에카테리나 미줄리나 회장으로부터 같은 요청을 받았다"고 발혔다.

미줄리나 회장은 7일 텔레그램 채널에 로블록스 차단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서 분노한 아이들로부터 이메일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8~16세 아이들 2명중 1명이 사이트 접속 불가로 '러시아를 떠나고 싶다'고 했다"며 "아이들은 당국의 이번 결정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모든 것을, 심지어 부모의 말까지도 확인하는데 익숙해진 아이들이 명확한 증거나 설명도 없이 로블록스 플랫폼을 차단하자, 불만을 토해내고 있으며, 이는 당국에 대한 오해와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방의 인기 플랫폼에 대한 러시아 당국의 접속 금지 조치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내려졌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특수군사 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후에는 군사작전에 반대 혹은 비판 목소리를 전파하는 플랫폼들이 앞다퉈 차단됐다. 하지만, 아이들의 게임 플랫폼이 차단된 것은 상식적으로 의외인 데다 아이들이 크게 반발하는 바람에 당국은 곤혹스러운 것 같다. 당국은 로블록스를 차단한 주요 이유로 △LGBT의 선전 내용을 담은 콘텐츠 유포와 △소아성애자들의 온상 역할 등을 들었다. 

러시아는 지난 2023년 LGBT 선전 및 권익 보호 활동을 '극단주의 활동'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 법안에 따라 외국어 학습 앱 '듀오링고'가 지난해 당국으로부터 LGBT 콘텐츠 관련 경고를 받은 뒤, 해당 내용을 삭제해야 했다.

러시아 당국의 강압적 조치는 로블록스로 끝나지 않았다. 
rbc 등 러시아 매체에 따르면 로스콤나드조르는 3일 로블록스를 차단한데 이어 이튿날(4일)에는 애플의 화상 및 음성 통화 앱인 페이스타임(FaceTime)을 차단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에서 2번째로 인기가 높은 메신저 왓츠앱
러시아에서 2번째로 인기가 높은 메신저 왓츠앱

로스콤나드조르는 또 지난달(11월) 28일 인기 메신저 왓츠앱 (Meta 소유)이 완전히 차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0월에는 사진 공유 서비스인 '스냅챗'(Snapchat) 에 대한 접근을 제한했다. 

왓츠앱 차단 논란은 전쟁 발발 이후 계속된 이슈다. 왓츠앱이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두개의 메신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국가두마(하원) 정보정책위원회의 안톤 고렐킨 제1 부위원장은 최근 비밀스런 '외교적 대화'(위트코프 미 대통령 특사와 우샤코프 크렘린 외교담당 보좌관 간의 통화/편집자)의 유출이 왓츠앱을 통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러시아 당국은 지난 8월 왓츠앱의 화상 및 음성 통화를, 10월에는 메신저 앱을 부분적으로 차단했다. 차단 이유로는 테러와 피싱과 같은 사이버 범죄 방지의 필요성을 들었다. 또 왓츠앱의 모바일 앱이 러시아 법률을 계속 위반하고 있다"고도 했다. 

러시아에서 가장 있기 있는 텔레그램 접속도 제한됐다. 지난 8월부터 텔레그램을 이용한 통화가 불가능해졌고, 10월에는 부분적으로 차단됐다. 물론, 텔레그램 차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러시아 출신의 텔레그램 설립자 파벨 두로프가 사용자 메시지의 암호 해독 키 제공을 거부하면서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접속이 차단됐다. 두로프 CEO가 '극단주의 선전 내용'을 찾아내 제거하는 시스템을 개선했다고 발표한 뒤 제한이 해제됐는데, 객관적으로는 이게 해제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사진출처:androidinsider.ru
사진출처:androidinsider.ru

2024년 하반기에는 러시아 당국이 세 개의 주요 플랫폼을 동시에 차단했다. 인스턴트 메시징 앱 Signal과 게이머 간 소통, 또 기업 IT 환경에서 인기 있는 음성및 영상 플랫폼 Discord , 러시아에서 세 번째로 인기 있는 메신저 Viber다. 

2024년 여름에는 유튜브의 서비스 중단 여부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현지 유·무선통신회사 로스텔레콤(Rostelecom)은 당시 유튜브의 속도 저하가 노후화한 장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접속 문제가 기술적 문제나 (유튜브를 운용하는) 구글에 대한 조치와는 관련이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 당국은 유튜브 측에 불법 콘텐츠를 삭제하고, 러시아 계정에 대한 제한을 해제할 것을 요구하며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시 국가두마 정보정책위원회 알렉산드르 킨슈타인 위원장은 "유튜브가 아직도 우리의 국내 법을 위반하고 무시해도, 처벌받지 않는다고 믿는다"며 "이같은 플렛폼 운영에 대한 제한은 필수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튜브의 속도가 최대 70%까지 느려졌다며 "강등 조치"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로스콤나조르는 유튜브 플랫폼 차단을 부인했다. 

러시아 당국은 전쟁 첫해인 2022년에 주요 서방 플랫폼을 대거 차단했다.
첫 희생자는 트위터(2023년부터 X로 변경)였다. 3월 1일 트위터의 속도가 늦어지더니 나흘 후에는 완전히 차단됐다. 2021년 상반기에도 트위터의 속도가 느려진 바 있는데, 이때는 트위터 측이 금지된 콘텐츠를 삭제하면서 정상으로 돌아갔다. 

메타 그룹의 페이스북은 3월 4일, 인스타그램은 14일 연결이 제한됐다. 그러나 메타 그룹에서 왓츠앱은 제재 대상에서 빠졌다. 

로스콤나드조르는 그해 8월 창작물 기부금 모금 사이트인 패트리온(Patreon)을, 10월에는 소셜 네트워크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를 모델로 한 오디오 배포 플랫폼의 접속을 차단했다. 두 플랫폼 모두 우크라이나 군사 작전에 대한 허위 정보를 유포했다는 이유에서다. 

전쟁 전인 2016년에는 비즈니스 연락처를 찾는 소셜 네트워크인 링크드인(LinkedIn )에 대한 접근을 제한했다. 2015년 9월 1일부터 러시아 국민의 개인 정보를 국내에 저장하도록 규정한 '개인정보보호법'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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