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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흑해함대가 주둔한 노보로시스크항(해군 기지)에서 우크라이나가 수중 드론으로 러시아의 바르샤반카급 잠수함을 타격해 무력화했다고 15일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이날 성명에서 "사상 처음으로 수중 드론 '서브-시(sub-sea) 베이비'가 러시아 잠수함을 폭파했다"며 "바르샤반카급 잠수함은 치명적인 손상을 입어 사실상 가동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박한 러시아 군함들 뒤쪽에서 폭발과 함께 물기둥이 솟구치는 영상을 증거로 올렸다.


국내 언론들은 이 주장을 근거로 "표적이 된 러시아 잠수함의 가격이 4억 달러(약 5천880억원)"라며 "24만달러(약 3억5000만원)짜리 우크라 드론이 잠수함을 잡았다"고 썼다. 우크라이나의 '서브-시 베이비' 드론은 이름으로 미뤄, 그동안 러시아에 대한 해상 공격에 동원된 무인 함정(통상 해상드론, 수상드론으로 불린다/편집자) 중 널리 알려진 '시 베이비'의 수중 개조형(버전)일 가능성이 높다. 물속을 다니는 잠수함과 같은 드론이라는 뜻이다.
또 해상 드론 '시 베이비'의 대당 가격이 24만 달러로, 개량형인 '서브-시 베이비'도 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는 추정에서 '값싼 드론이 고가의 잠수함을 잡았다'는 대비 표현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알렉세이 룰레프 러시아 흑해 함대 대변인은 "적의 사보타주(비밀 폭파음모) 시도는 실패했다"며 "노보로시스크 해군 기지에 정박한 흑해 함대의 함정이나 잠수함 중 단 한 척도 이번 공격에서 피해를 입지 않았고 승조원도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
전쟁중 일방의 주장을 다 '팩트'(사실)로 인정할 수는 없다. 사안을 최대한 부풀리거나 프로파간다(선전)성 전과 발표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전 3년째 전쟁 저널리즘'(이진희 지음, 2024년 10월 발간, 맑은샘 )의 기준에 따라 이 사건을 한번 따라가보자.
우선 발표 시점.
SBU의 잠수함 공격 발표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새 평화 계획(평화안)을 논의하는 미-우크라 간 협상이 14, 15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 측은 협상에서 우크라이나 측에게 "이대로 가면 전쟁에 진다"는 논리로 조기 종전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며, 도네츠크주(州) 통제 지역(주 전체 면적의 약 20%)를 러시아에게 넘기는 대신 전후 안보보장을 확실하게 받을 것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대목은 현재 전황이 협상에 미치는 영향이다. 러시아 측은 이달 초 푸틴 대통령과 스티브 위트코프 미 대통령 특사 간의 크렘린 회동이 끝난 뒤 "러시아군이 각 전선에서 올린 전과가 협상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도 이를 귀담아 들었을 것이다. 당연히 베를린 평화 협상을 앞두고 러시아가 승전을 주장하고 미국이 이를 수용하는 현 추세를 뒤집거나 반박할 만한 전과가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SBU는 공격 시점을 공개하지 않았다. 발표 시점을 보고 있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부 러시아 언론은 "SBU가 올린 영상이 고정된 카메라로 촬영된 것"이라며 "누군가가 현장 영상을 우크라이나 측에 유출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우크라이나 측은 그동안 수상 드론으로 러시아 군함을 공격할 때 주로 촬영용 드론을 띄워 현장의 긴박한 영상을 공개해왔다. 이번에는 수중 드론이라서 이같은 영상을 직접 만들 수는 없었을 터이고, 그렇다면 러시아 언론의 주장대로 누군가로부터 관련 영상을 확보한 뒤 이를 베를린 협상에 맞춰 발표한 것이라는 의혹 제기가 가능하다.

우크라이나의 수중 드론 사용에 대한 보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SBU 관계자는 지난 2023년 10월 13일 해군과의 합동 작전으로 세바스토폴 항에서 러시아의 부얀급 초계함에게 손상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이틀 전(11일)에는 파벨 데르자빈함이 또 공격을 받았다.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WP)는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SBU 관계자가 공격 이후, '러시아 소함정들과 잠수부들은 우리의 '기술'(우크라이나의 공격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했다. 공격 수단이 겉으로 드러나는, 물위에 떠 있는 드론(수상 드론)이 아니었다는 뜻으로 들린다.
친러 군사 블로거인 리바르는 이 대목을 지목해 "세바스토폴항을 떠나던 중 공격을 받은 초계함 폭발의 진원지가 수중이었다"며 "완전 잠수 가능한 무인 공격정(수중 드론)이 사용되었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격된 함정을 대피시키기 위해 파견된 예인선 또한 공격을 받았다"며 "함정들은 떠 있었지만 (수중에서 폭발해) 피해 규모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해군도 이즈음 수상 드론과는 '차원이 다른 드론(수중드론)'으로 (초계함보다 먼저 피격된) 파벨 데르자빈함에 손상을 가했다며 전과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케르치대교(크림대교)는 2023년 7월 이상한 물체(드론)가 교각을 때리는 바람에 일부 상판이 떨어지는 피해를 입었는데, 이때 이미 "수상 드론의 공격이냐, 아니냐(수중드론)"의 논란이 일부 빚어지기도 했다.
SBU가 공개한 영상에 주목해보자. 영상은 정박한 흑해 함대 함정들을 주욱~ 훑으면서 뒤쪽에 보이는 부두에 접안해 있는 잠수함 한 척을 부각시켜 보여준다. 이후 폭발과 함께 물기둥이 솟아오르는데, 잠수함인지, 잠수함 계류 부두 쪽인지 분명하지 않다.
라디오 리버티가 이 점을 명확하게 보기 위해 위성 영상(사진)을 동원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라디오 리버티는 16일 "위성 사진만으로는 잠수함의 실제 피해 규모를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지만, 드론이 잠수함을 직접 타격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SBU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스트라나.ua도 "폭발이 잠수함에서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것을 알 수 있다"며 "계류벽(부두)는 일부 손상되었지만 바르샤뱐카함은 제자리에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국방부도 이후 부두에 계류한(묶여 있는) 잠수함 영상을 공개하며 눈에 띄는 손상 흔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당연히 우크라이나의 공격 이후에 촬영된 잠수함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매체 모스코프스코에 콤소몰레츠(MKru)는 16일 군사 전문가인 바실리 단디킨 예비역 해군 대령을 인용, 우크라이나 SBU가 모집한 '사보타주' 요원들이 현장에서 우크라이나의 이번 공격을 지원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또다른 군사 전문가 블라디슬라프 슈리긴은 MKru에 "SBU의 영상에서 기지를 향해 설치된 고해상도의 고정식 카메라가 보인다"며 "이 카메라가 어떻게 SBU 특수부대의 통제 하에 들어갔을까"라고 반문했다. 사보타주를 지원하는 세력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 매체는 "위성 사진을 보면 잠수함은 온전한 상태였지만 계류벽(부두)은 심하게 손상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흑해 해상에서 벌이는 우크라이나의 게릴라식 공격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11월) 28일에는 러시아의 원유를 수송하는 소위 '그림자 함대'에 속한 유조선 카이로스와 비라트가, 뒤이어 러시아 유조선 미드볼가 2호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 튀르키예(터키)의 영해, 혹은 공해상에서 민간 선박들이 잇달아 피격되면서 흑해 항해및 운송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크게 높아진 상태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