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Jan 2026

러시아군 진격이 더딘 이유-우크라도 러시아식 3중 4중 방어벽 이미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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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의 개시 이듬해(2023년) 여름, 우크라이나군은 서방의 중화기 지원과 병력 우위를 바탕으로 대대적인 반격 작전에 돌입했다. 전사(戰史)에 따르면 공격은 방어에 비해 병력 손실과 군사 장비 파괴 등 출혈이 3배나 많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작전도 그 당시 상당한 위험 요소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서방 군사 전문가들의 조언마저 무시하고 전체 전력을 몇 개의 전선으로 분산시켜 한꺼번에 많은 땅을 수복하고자 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측이 사전에 구축한 3중, 4중의 방어벽에 막혔고, 지뢰밭에 갇힌 서방 제공 군사 장비들은 러시아군의 드론및 포대 공격에 박살이 났다.

그로부터 2년 6개월 가량이 지난 12월 21일 프랑스 출신의 OSINT(Open Source Intelligence, 공개출처정보, 인터넷 등 공개된 출처에서 수집, 분석한 정보라는 뜻/편집자) 전문가 클레망 몰랭(Clement Molin)은 우크라이나군이 주요 전선의 취약 지역에 2023년 당시의 러시아 방어벽과 유사한 대규모의 방어 요새를 구축했다며 영상(사진)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2025년 전선 요새화 계획에 따라 그 효용이 입증된 견고한 방어 장벽을 구축했다. 몰랭은 우크라이나가 건설한 방어 요새 지역 중 한 곳의 영상을 공개했는데, 무려 16㎞에 달하는 3중, 4중의 방어선에는 안전 통로가 딱 두 개 있었다.

몰랭이 공개한 우크라이나 3중 4중 방어선. 철조망과 대전차 참호, 용의 이빨로 표시된 부분이 보인다/사진출처:스트라나.ua
몰랭이 공개한 우크라이나 3중 4중 방어선. 철조망과 대전차 참호, 용의 이빨로 표시된 부분이 보인다/사진출처:스트라나.ua

 

우크라군의 반격을 막기 위해 일찌감치 구축한 러시아 방어요새/사진출처:pronews
우크라군의 반격을 막기 위해 일찌감치 구축한 러시아 방어요새/사진출처:pronews

사진에서 보듯, 이 방어벽은 대전차 및 대인 방어 시설을 결합한 것이다. 무려 21줄에 이르는 철조망과 '용의 이빨'로 불리는 콘크리트 덩어리의 3중 배치, 그리고 대전차 참호가 길게 놓여 있고, 그 뒤에는 드론 운용자와 보병들의 엄폐물로 사용되는 소규모 진지가 구축돼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이 방어벽을 돌파하려면 상당한 병력및 장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이같은 방어 장벽의 유일한 취약점은 우크라이나군이 진격 혹은 후퇴할 때 사용하는 안전 통로다. 러시아군도 안전 통로를 노리고 방어벽 통과를 시도하겠지만, 거기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의 집중 포화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후방 진지에 배치된 우크라이나군의 포병 및 드론 부대가 이 지점에 탄착군을 형성해 집중적으로 포탄을 퍼부울 것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군으로서는 적은 병력과 무기로도 효율적으로 방어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 셈이다.

우크라이나군의 방어벽 설치 작업 장면/사진출처:스트라나.ua
우크라이나군의 방어벽 설치 작업 장면/사진출처:스트라나.ua
우크라군의 반격을 저지하기 위해 구축한 러시아 방어벽을 소개하는 영국 텔레그라프지의 사진및 이미지/캡처
우크라군의 반격을 저지하기 위해 구축한 러시아 방어벽을 소개하는 영국 텔레그라프지의 사진및 이미지/캡처

2~3년전의 러시아 방어 요새를 본딴 우크라이나군의 방어벽 구축은, 최근 함락된 전략 요충지 도네츠크주(州) 포크로프스크의 북부 도브로폴리예(도브로필리아)가 올해 초 러시아군에게 뚫리면서 그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한다. 우크라이나군은 인근 지형을 최대한 활용하고 인위적인 방어 시설을 추가해 최대한 견고한 방어진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것. 전쟁이 길어지면서 갈수록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군이 그나마 이같은 요새화 덕분에 러시아군의 가열찬 진격을 막아내고 있다는 평가도 일각에서 나온다.

방어벽 구축으로 효과를 본 바 있는 러시아는 거꾸로 방어벽의 취약점 연구에도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론적으로는 집중적인 공습과 포격, 드론 공격으로 방어벽 일부를 파괴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폭이 최대 150m나 되는 방어 장벽을 무너뜨리려면 정밀하고 파괴력이 높은 타격이 여러 차례 필요하다. 설사 일부 방어벽이 무너지더라도 우크라이나군은 안전통로에 대한 탄착군 형성과 마찬가지로 방어벽 붕괴 지점을 집중 견제할 게 분명하다. 러시아군은 쏟아지는 우크라이나군의 포탄과 드론 소나기를 뚫고 무너진 방어선을 통과해야 한다는 뜻이다. 

2024년 1월에 공개된 우크라이나의 방어진지 건설 공사/영상 캡처
2024년 1월에 공개된 우크라이나의 방어진지 건설 공사/영상 캡처

몰랭은 우크라이나군이 2025년 초부터 기존의 요새화 계획을 바꿔, 이같은 러시아식 방어벽을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8월에는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함락 위기에 처한 자포로제(자포리자)의 동쪽과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주(州) 남부 노보미콜라이프카 전선, 포크로프스크 후방 등 세 곳에 급히 방어벽을 설치했다. 이 방어 장벽들은 거의 완공 단계에 와 있는데, 러시아군은 공사가 완료되기 전에 이 곳에 도착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건설 자금을 빼돌리는 부패 사건도 없지 않았다. 요새 건설 자금의 횡령은 물론, 지었다는 요새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황당한 사건까지 보도됐다. 일례로 하르코프(하르키우)시에서는 부시장이 방어벽 건설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또 탐사 전문 매체 '비후스 프로젝트'에 따르면 요새 건설 과정에서 수억 흐리브냐의 예산(자금)이 엉뚱한 곳으로 빠져나갔다(횡령).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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