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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 대통령은 4일 우크라이나 드론이 푸틴 대통령의 노브고로드 관저를 공격했다는 주장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체 조사를 통해 '공격하지 않았다'는 우크라이나의 편을 든 것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관저 공격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아주 가까운 곳에서 뭔가 있었지만, 관저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집을 공격당했다는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는 아무 것도 몰랐다"면서 "그러나 (확인한 결과) 그런 일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날(3일) 새벽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잡아오는 미 특수부대의 작전 상황을 지켜봤다. 공교롭게도 러-베네수엘라 두 대통령의 관저에서 벌어진 일인데, 한쪽은 그가 직접 일을 벌였고, 다른 쪽은 피해 상대(러시아)의 주장을 배척했다.
두 곳에서는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미 특수부대가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숙소에서 잡아오는 모습은 단계별로 영상(사진)으로 공개됐다. 미국에 도착한 마두로 부부의 근황도 영상으로 확인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이를 발표했으니 믿고 안 믿고 할 건덕지가 없다.
푸틴 대통령 관저에 대한 드론 공격은 다르다. 관저를 향해 날아가던 드론이 중간에 러시아 방공망에 의해 격추됐다. 또 공격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대(우크라이나)는 공격 사실을 극구 부인한다. 하지만 2023년 5월 초 모스크바 크렘린의 지붕이 드론 폭발로 불타는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관저 공격 주장을 심리적으로 믿는 쪽으로 밀어넣는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그 곳이 단순한 대통령 거주지가 아니다는 주장도 나온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알렉세이 아레스토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지난해 12월 30일 유명 블로거와의 인터뷰에서 "미-우크라 정상회담이 열린 28일 밤, 핵전쟁 발발 시 러시아가 핵무기로 대응하는 지휘 시설을 공격하는 모의 실험을 키예프(키이우)가 시도했다"며 "그 곳은 단순한 거주지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을 믿는다면, 대통령 관저이든, 관저 부근이든 그 곳에는 핵전쟁 발발 시 러시아 핵전력을 통제하는 특수 시설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그 시설의 중요성을 따지면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이 공격받은 것과 같다"며 "그곳은 야외및 지하 구조물, 통신 허브를 갖춘 도시형 특수 시설"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우크라이나는 지난해(2025년 6월 러시아의 핵전력으로 꼽히는 투폴레츠(Tu)-95 항공기 등이 사용하는 공군기지를 드론 공격(소위 거미줄 작전)한데 이어 핵 지휘소마저 노린 셈이다. 푸틴 대통령이 격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측의 무모함을 호소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전시 상황에서 핵전력의 핵심 사령부를 공격하는 것은, 모든 핵무기 보유 국가들의 핵 교리에 따라 핵 대응의 근거가 된다고 주장했을 수도 있다.
아레스토비치 전 고문은 "핵전력의 중앙 지휘소를 공격하는 것은 '거미줄 작전'에 비할 바가 아니며, 완전히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핵교리에 따라 핵무기를 사용한다고 하면, 미국도 말릴 수가 없다는 뉘앙스(어감)이 깔려 있다.
그가 이 주장에서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노브고로드-17'이라는 군사 핵 시설은 푸틴 대통령의 관저 근처가 아니라 100㎞ 이상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한다. 그마저도 시설 운영이 중단됐다는 게 언론 보도다.
실제로 러시아 당국도 핵 시설 공격에 대한 책임론을 단 한번도 꺼내지 않았다. 러시아 당국이 주장하는 노브고로드 관저는 발다이 인근 '돌기에 보로디' 마을에 있는 저택 '우진'(Ужин)인데, '핵무기' 운용 시설에 관해 이야기가 나온 것은 지금까지는 없었다. 아레스토비치 전 고문이 '오바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 매체 rbc에 따르면 '우진' 혹은 '돌기에 보로디'(Долгие Бороды, 긴 수염이라는 뜻/편집자)로 불리는 이 관저는 소련 시절인 1934년 당·정부 고위 관료(지도부)들의 휴식처로 지어졌다. 소련 해체 후에는 옐친 러시아 초대 대통령은 자주, 푸틴 대통령도 가끔 찾았다고 한다. 크렘린 웹사이트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000년대 초 이곳에서 지역 지도자들과 회담을 가졌다.


야권 운동가 고(故)알렉세이 나발니가 만든 반부패재단이 2021년 이곳을 조사한 결과, 관저는 3,500㎡ 규모의 4층짜리 본관 건물과 약 7,000㎡ 규모의 스파 단지등 크고작은 건물 약 80개의 이뤄졌다. 군사용 시설이 아니라 규모가 큰 전형적인 시골 저택이다.
현지 리아노보스티 통신(2009년 7월 5일자 보도)에 따르면 노브고로드 관저는 노브고로드주(州) 발다이시(市)로부터 약 20㎞ 떨어진 발다이 호수와 우진 호수 사이에 있다. 소련 시절에는 니키타 흐루쇼프 공산당 제1서기와 니콜라이 리즈코프 총리 등이 이곳에서 휴가를 보냈고, 소련 붕괴 후에는 옐친 전 대통령이 즐겨 찾았다고 한다. '돌기에 보로디'라는 마을 이름은 근대화를 주창한 제정러시아의 표트르 대제(차르)가 수염을 기른 남성에게 세금을 부과하자, 이 칙령에 불만을 품은 수염 난 남성들이 이곳에 숨어들면서 그같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주변은 야생 동물이 많이 서식하는 발다이 자연 보호 구역이다.
논란이 된 이번 드론 공격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의 새 평화 계획(트럼프 대통령 제시 28개항, 젤렌스키 대통령 제시 20개항)을 논의한 미-우크라 정상회담을 전후해 불거졌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해 12월 29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가 전날 밤(28일 밤~29일 새벽)에 노보고르드 대통령 관저를 향해 91대의 장거리 드론을 발사했으며, 러시아군 방공망이 이를 모두 격추했다고 주장한 것. 그는 또 "우크라이나가 '국가 테러리즘' 정책으로 전환했다고 보고, 평화 협상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수정할 것"이라며 "러시아군의 보복 공격 대상과 일시도 결정됐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언론 매체는 거의 매일 아침 우크라이나군이 전날 밤 발사한 드론의 격추 사실을 보도한다. 모스크바를 향해 날아오는 드론의 격추도 많게는 두 자리수까지 언급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라브로프 장관이 피해 여부가 전혀 알려지지 않는 대통령 관저를 겨냥해 우크라이나가 드론을 발사했다는 주장은 약간 뜬금없다는 느낌을 안겨줬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기자들에게 메신저 발송을 통해 "관저 공격은 거짓말"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평화 협상에서 이룬 진전을 훼손하려 한다"고 반박했다. 나아가 "모스크바는 키예프(키이우) 정부 청사 공격을 위한 근거를 마련 중"이라며 미국에 러시아 위협에 상응하는 대응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선 것은 그 다음이었다. 워싱턴을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드론 공격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좋지 않다"며 "(공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번 공격에 대해 직접 들었으며 매우 화가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이 오늘 아침 그런 일이 있었다고 나에게 얘기했는데, 공격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여지를 뒀다.
이후 미 중앙정보국(CIA)이 자체 정보를 이용해 '관저 공격은 없었다'고 보고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가 나왔고, 러시아 국방부는 12월 31 우크라이나 드론의 비행 경로를 공개하고, 노브고로드 지역 상공에서 격추된 드론 중 한 대의 항법 시스템을 기술적으로 분석한 결과, 이 드론의 최종 공격 목표는 대통령 관저라는 게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또 관련 자료들을 모아 주모스크바 미국 대사관 무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측이 공개한 텔레그램 지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드론은 당시 스몰렌스크 지역에서 1대, 브랸스크 지역에서 49대, 노브고로드 지역에서 41대가 격추됐다.
미국도 일찌감치 진상 조사 의지 드러냈다. 나토 주재 미국 상임대표인 매튜 휘태커는 30일 폭스 비즈니스 TV와의 인터뷰에서 "사건의 경위를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인터넷에는 AI(인공지능)로 만든 '가짜' 드론 공격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영상에 나온 건물부터 노브로고드 관저와 닮지 않았다고 한다. 반부패재단의 보고서에는 관저 본채가 4층짜리 건물인데 반해 영상에는 2층짜리 건물이 나왔다는 것. 러시아의 주요 언론 매체와 텔레그램 채널, 그리고 정부 기관들은 아예 이 영상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누가 왜 만든 것일까?
스트라나.ua는 라브로프 장관의 발표 이튿날(29일)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 외교 담당 보좌관이 푸틴-트럼프 대통령 간의 전화 통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관저 공격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책임을 묻는 대목을 언급한 것은, 평화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양보를 겨냥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압력을 가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키예프가 러시아 대통령 관저를 공격하는 것은 좋지 않은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며 "그를 모욕하는 것과 그의 집을 공격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고,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고 반응하기도 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현 상황에서는 누구의 말이 맞고 틀리다고 판단할 계제는 아닌 듯하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