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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8일 밤 우크라이나 드론이 노브고로드에 있는 러시아 대통령 관저를 공격했다. 러시아 측의 주장이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거짓말"이라며 극구 부인했다.
러시아 대통령 관저 공격이란 프레임은 새해 들어서도 계속 작동하고 있다. 지난 8일 우크라이나 서부 르보프(르비우)를 강타한 러시아 최신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오레슈니크' 발사는 우크라이나의 대통령 관저 공격에 대한 보복 차원이라고 러시아 국방부는 주장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우크라이나 드론의 대통령 관저 공격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고,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우크라 정상회담을 전후(2번 통화/편집자)해 푸틴 대통령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그가 '집이 공격받았다'는 사실을 알려줘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대통령 관저 공격 프레임을 그렇게 해를 넘겼다.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하소연(?)한 '집'은 고대 러시아의 노브고로드 공국이 번성했던 노브고로드주(州)의 발다이 호수를 끼고 있는 '별장형' 저택이다. 평상시 거주하는 '집'은 아니다.
푸틴 대통령이 주로 거주하는 곳은 크렘린내 관저(전쟁 발발 이후)가 아니면 '노보 오가료보'로 알려진 모스크바 외곽의 저택이다. 코로나 19 기간에 그가 재택 근무를 한 곳도 노보 오가료보다.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전까지만 해도 노보 오가료보에서 크렘린으로 출근하는 대통령 차량 행렬을 전하는 언론 보도(주로 사진)도 눈에 가끔 띄었다.

노보-오가료보는 2020년 11월 시설 일부가 언론에 공개됐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영 TV 채널 '러시아-1'의 주말 시사 프로그램 '모스크바 크렘린 푸틴' 제작팀을 노보 오가료보의 집무실 뒤편에 있는 '비밀의 방'(?)으로 안내한 뒤, 그곳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그 방은 업무 중에 개인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방이라고 했다.
노보 오가료보는 원래 소련시절부터 최고지도자(공산당 서기장 혹은 대통령)의 별장으로 쓰였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2008년 연임 불가 헌법 조항에 걸려 최측근 메드베데프 총리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고 (2012년 복귀할 때까지) '퇴임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어지는 사저로 이 곳을 선택했다. 그때부터 대통령 관저 명단에서 노보 오가료보는 공식적으로 사라졌다. 그의 전임인 보리스 옐친 초대 대통령은 퇴임 후 모스크바 인근의 또 다른 관저인 '고르키-9'(Горки-9)을 택했다가 바르비하로 옮겨갔다.
러시아 대통령 관저들은 2008년 푸틴 대통령의 2선 후퇴로 큰 변화를 겪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추적 보도한 게 러시아의 리아 노보스티 통신이다. 이 통신은 "2008년 말과 2009년 초에 러시아 대통령 관저로 지정된 곳은 모스크바의 크렘린과 고르키-9, 흑해 휴양지 소치의 보차로프 루체이, 발다이의 '돌기에 보로디' 등 네 곳"이라고 2009년 7월 보도했다. 이 중에서 발다이의 '돌기에 보로디'(Долгие Бороды, 긴 수염이라는 뜻/편집자)가 바로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의 논란이 빚어진 노브로고드 관저다.
노브고로드주(州) 발다이시(市)로부터 20㎞ 떨어진 발다이 호수와 우진 호수 사이에 있는 이 관저는 규모가 큰 전형적인 시골 저택으로, '돌기에 보로디' 혹은 '우진'(Ужин, 우진 호수에서 따온 명칭/편집자)으로 불린다. 소련 시절인 1934년 당·정부 고위 관료(지도부)들의 휴식처로 지어졌다.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제1서기와 니콜라이 리즈코프 총리 등이 이곳에서 휴가를 보냈고, 소련 붕괴 후에는 옐친 전 대통령이 즐겨 찾았다. 크렘린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도 2000년대 초 이곳에서 지역 지도자들과 회담을 가졌다.

야권 운동가 고(故)알렉세이 나발니가 만든 반부패재단이 2021년 이곳을 탐사한 결과, 관저는 3,500㎡ 규모의 4층짜리 본관 건물과 약 7,000㎡ 규모의 스파 단지등 크고작은 건물 약 80개로 이뤄졌다.
'돌기에 보로디'라는 마을 이름은 근대화를 주창한 제정러시아의 표트르 대제(차르)가 수염을 기른 남성에게 세금을 부과하자, 이 칙령에 불만을 품은 수염 난 남성들이 이곳에 숨어들면서 그같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주변은 야생 동물이 많이 서식하는 발다이 자연 보호 구역이다.


크렘린내 관저는 지난해 5월 초 국영 TV 채널 '러시아-1'을 통해 방영된 다큐 프로그램 '러시아 크렘린 푸틴 25년'에서 부분적으로 공개됐다. 그러나 정확한 위치는 알려지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러시아-1 TV의 파벨 자루빈 기자를 크렘린 집무실에서 숙소로 데려갔는데, 이동 중 엘리베이터를 타는 장면도 나왔다.
TV 카메라는 크렘린 내 숙소의 응접실과 주방, 식당 뿐만 아니라 서재, 작고 아늑한 도서관, 개인용 성당(기도드리는 장소/편집자)까지 보여줬다. 대통령이 직접 안내한 응접실에는 금색으로 치장된 벽지에 금테 두른 거울, 알렉산드르 3세의 초상화, 흰색 그랜드 피아노 등이 자리하고 있었고, 식당의 식탁 위에는 여러가지 과일과 꿀, 후추, 간장, 냅킨 등이 눈에 띄었다. 식당과 연결된 주방의 작은 식탁에는 박스가 하나 있었는데, 푸틴 대통령은 '선물로 받은 것'이라며 박스를 열어 초콜릿을 기자에게 권하기도 했다. 차를 대접할 때 초콜릿과 사탕 같은 군것질거리(혹은 디저트)를 함께 내놓는 러시아식 접대 관습에 따른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또 응접실 내 페치카 앞 소파에 앉아 취재 기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함께 앉아 담소를 나눈 곳"이라고 소개했다. 시 주석은 크렘린 내 관저에 초대된 거의 유일한 외국 정상으로 추정된다.

크렘린내 대통령 집무실은 18세기 제정러시아의 상원 건물(19세기에는 정부 청사로, 20세기에는 소련 각료회의 건물로 불렸다/편집자)에 들어 있다. 건축가 마트베이 카자코프가 1779~1787년 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은 건물이다.
집무실은 크렘린(우리 식으로는 청와대)의 업무동 내에 있다. 업무동에는 또 보좌관들의 사무실, 국가안보회의 회의실, 대통령 도서관 등이 들어 있고, 집무실 바로 옆에는 대통령이 연방 평의회(상원)를 대상으로 연례 연설을 하는 (대리석) 홀이 있다. 손님을 맞는 영빈관은 스파스키탑이 있는 크렘린 출입구의 옆에 있는 14번 건물에 있다. 접견실과 회의실 등을 따로 갖추고 있다.
이 건물 뒤편에는 대통령 행정실과 국가안보회의 사무국, 언론 담당 부서 등 여러 부서가 입주한 업무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대통령 경호국과 크렘린 방위 사령부도 여기에 있다.

대통령의 흑해 휴양지로 알려진 '소치 관저'는 공식적으로 '보차로프 루체이'(Бочаров Ручей)로 불린다. 숲이 우거진 계곡에 위치해 있는데, 이름은 이 곳을 흐르는 작은 강(보차로프 루체이)에서 따왔다.
'보차로프 루체이'는 스탈린 사후, 클레멘트 보로실로프 해군 인민위원의 주도로 착공돼 1955년 완공됐다. 미론 메르자노프가 설계를, 조경 전문가인 세르게이 벤차고프가 관저 일대의 조경을 맡았다. 1960년 이후 흐루쇼프, 브레즈네프, 수슬로프 등 소련의 최고 지도자들이 이곳에서 휴가를 보냈다. 우리에게 '소치 별장' '흑해 휴양지 별장'으로 더 익숙한 이유다.
본관은 스탈린식 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2층 건물로, 커다란 창문과 높은 천장이 특징이다. 2층에는 최대 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실과 서재, 침실, 손님용 방이 있다. 리모델링을 통해 전체 분위기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바뀌었고, 1층에는 경비실과 소규모 영화관이 있다.
관저에는 또 헬기 착륙장, 담수용 및 해수용 수영장이 갖춰져 있고, 해변가에는 체육관도 있다. 흑해 해안에는 대통령 전용 보트인 '카프카즈'호의 선착장이 있는데, 외국 정상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곳으로 유명하다.
옐친 전 대통령은 여기에 실내 테니스장을 마련했고, 푸틴 대통령은 프레스 센터를 만들었다.
해변을 끼고 있는 만큼, 보안 시설과 삼엄한 경비는 필수다. 함정들이 흑해 연안을 24시간 순찰하고, 관저는 두 종류의 울타리(담)로 보호되고 있다. 관저의 건물 가까이에는 콘크리트 담이, 관저 부지 일대는 금속 철조망이 넓게 둘러싸고 있다. 관저 주변의 공원과 건물들이 모두 금속 철조망 속에 들어 있다고 보면 된다. 두 개의 울타리 사이 공간에는 체리, 자두, 복숭아 농장 등이 있다.
관저 '고르키-9'(Горки-9)은 모스크바에서 15㎞ 떨어진 곳에 있다. 원래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퇴임후 거주하다 얼마 후 '바르비하'로 이주하면서 대통령 관저로 계속 남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이 곳을 그의 공식 관저로 선택했다. 주거 공간은 물론, 업무용 공간에다 전용 헬기 착륙장까지 갖춘 대통령 관저 중 가장 큰 규모로 알려져 있다.
소개한 관저 네곳 외에도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트베르 지역에 있는 '자비도보 사냥 별장'(공식 명칭은 루스)과 모스크바 근처에 있는 19세기 건축물인 '마이엔도르프 성(城)'을 귀빈 접견 장소로 이용했다. 마이엔도르프성은 현재 대통령 재산 관리국 소속 자산이다.
1874년 건설된 이 성은 1917년 10월 혁명 이후 레닌이 한동안 거주했다. 1935년에는 소련 각료회의 산하의 바르비하 휴양소가 만들어져 작가 미하일 불가코프, 소련의 우주 개발에 앞장선 공학자 세르게이 코롤료프, 첫 우주인 유리 가가린 등이 휴가를 보냈다. 옐친 초대 대통령이 '고르키-9' 관저를 떠나 사망할 때(2007년 4월)까지 거주한 곳이기도 하다.
대통령은 또 휴가를 보내는 곳(별장)으로는 카렐리아 공화국의 '슈이스카야 추파'(Шуйская Чупа), 크라스노야르스크 근처의 '소스니'(Сосны), 사마라주(州)의 '볼즈스키 우테스'(Волжский утес), 이르쿠츠크 근처의 '앙가르스키 후토'(Ангарские хутора), 사라토프의 '탄탈'(Тантал)등이 있다.
대통령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면 상트페테르부르크 근처 스트렐나에 있는 콘스탄틴궁(в Константиновском дворце в Стрельне)이나 보리스 옐친 대통령 도서관(в Президентской библиотеке имени Бориса Ельцина)에 있는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