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Jan 2026

새해 러-우크라군 부패 비리 폭로 잇달아, 누가 누가 더 썩었나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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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새해 첫날, 전쟁 5년 차에 접어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군의 실태를 취재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NYT가 전한 러시아군의 병영 부조리나 가혹 행위 등은 너무나 생생하고 끔찍해서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몇 가지를 뽑아 보면 이런 식이다.
"추운 1월에 발가벗긴 채 수갑을 채워 나무에 장시간 묶어뒀다", "다리에 감각이 없는데도, 수저를 들 힘조차 없는데도 군사작전(전선)에 다시 투입된다", "팔이나 다리가 없고,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최전방으로 보내지고 있다"

4륜 구동 차량으로 적진을 향해 돌격하는 러시아군 보병/사진출처:러시아국방부
4륜 구동 차량으로 적진을 향해 돌격하는 러시아군 보병/사진출처:러시아국방부

 

NYT는 출처를 러시아 인권위원회(통상 옴부즈맨으로 불린다/편집자)가 지난해 4~9월 제보받은 내용들이라고 설명했다. 위원회가 실수로 제보 내용들을 온라인에 공개했는데, 베를린에 있는 러시아어 온라인 매체가 이를 입수해 넘겨준 것이라고 했다. 유출된 민원 중 1천500여건이 군 관련이었으며, NYT는 사실 확인을 위해 민원인 240여명을 접촉했다. 그 결과, 75명은 민원 접수 사실을 인정했으며, 일부는 NYT의 취재 요청에도 응했다고 밝혔다. 

취재 과정을 이 정도로 설명했으니, 기사 내용도 믿을 만하다. 러시아군은 소련 시절부터 비리와 가혹행위 등으로 악명을 떨쳤으니 어느 정도 사실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부분은 시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러시아 당국은 현재 전쟁에 참전할 군인들을 '큰 돈'을 주고 모집한다. 아니면 석방을 대가로 죄수들이 전선으로 나선다. 총동원령에 따라 남자들을 강제로 징집하는 우크라이나와는 참전병의 구성이나 성향이 다르다. 개개인이 처한 사정이 각기 다르다는 뜻이다.

참전병을 모집하는 러시아의 모병 계약소/사진출처:스트라나.ua
참전병을 모집하는 러시아의 모병 계약소/사진출처:스트라나.ua

전쟁은 또 인간을 한계 상황으로 몰아넣는다. 살아야 한다는 본능을 무시할 수도 없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적도 죽여야 하지만, 동료가 대신 죽도록 놔둘 수도 있다. 

러시아 일부 지휘관들은 전선에서 목숨을 건 작전에서 빠질려면 뇌물을 요구했다. 참전병들이 받은 큰 돈을 노린 짓이다. 강제로 징집되는 우크라이나에서는 돈 거래가 군등록및 동원위원회(군사위원회, 우리 식으로는 병무청/편집자)의 징집 단계에서 이뤄진다. 돈을 주고 빠지든가, 아니면 끌려가든가 둘 중 하나다. 또 최전방으로 배치될 것인가, 후방에 남을 것인가도 뇌물의 규모에 의해 결판난다는 폭로들이 나왔다. 

러시아군 지휘관들은 자신의 비리를 입막음하기 위해 껄끄러운 부하를 고의로 자살 공격조에 투입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증거 인멸을 위해 비위 사실을 아는 부하를 죽여버린다고 한다. 전쟁에서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 남을 희생시키는 대표적인 악행으로 여겨진다.

또 팔다리가 골절되거나, 암 4기, 뇌전증, 심각한 시력 및 청력 손상, 두부 외상, 조현병, 뇌졸중 후유증 등에 시달리는 환자들도 최전방으로 보냈다고 한다. 이들은 모병 계약소에서 소위 '머릿수'를 채우는 한 방편으로 활용됐을 수 있다. 아니면 돈을 챙겨야 하는 당사자들이 가겠다고 우겼을 수도 있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 전선에서 죽어야 가족들에게 돈이라도 남는다.

더 절절한 내용도 있었다. 한 18세 병사(러시아 당국의 공식 발표로는 전쟁에 투입되지 않는 연령대/편집자)는 "내가 만약에 하루 이틀 안에 연락이 안 되면 영상을 공개해주세요"라는 영상을 엄마에게 보냈다. 전투 투입 직전인 작년 3월 7일, 이 영상과 함께 그 이유를 엄마에게 설명했다. 그는 지휘관의 지시로 동료 병사들로부터 무려 1만 5천 달러(약 2천200만 원)를 거둬 뇌물로 바쳤는데, 이 지휘관이 증거 인멸을 위해 자신을 자살 공격 작전에 투입키로 결정했다는 것. 이후 이 병사는 행방이 알려지지 않았고 실종자로 분류됐다. 아들을 찾기 위한 엄마의 증언은 더 기가 막힌다.

우크라이나군 방어진지/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페북
우크라이나군 방어진지/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페북

NYT는 전쟁중 또 새해를 맞은 우크라이나 군인들도 취재 보도했다. 당연하지만, "생존이 신년 목표"라고 입을 모았다. 우크라이나군 108대대 '다빈치 늑대들'의 세르게이(세르히) 필리모노프(31) 소령은 2025년의 마지막 밤, 우크라이나 동부 최전선에서 NYT 기자를 만나 "지난해가 우크라이나군에 힘든 한 해였고, 모두 지쳤다"며 새해에는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형식으로) 종전을 희망했다. 그러나 그의 많은 부하들은 "그저 살아남는 게 새해 희망"이라고 했다. 

아직 전쟁터를 끌려가지 않은 우크라이나의 예비 전력들은 징집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운이 나빠 징병관(군 등록및 동원위원회 요원)에게 걸리더라도 '큰 돈'을 주고 빠져나올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강제 징집이 5년째로 넘어가는 우크라이나에서는 지금 '징집 부패와의 전쟁'이 벌어질 판이라고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가 11일 보도했다. 에너지 기업의 뇌물 스캔들로 낙마한 예르마크 대통령 실장의 뒤를 이은 키릴 부다노프 새 실장이 '징집 비리 척결'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군정보총국(GUR) 국장으로 근무한 부다노프 실장은 군 징집 비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게 틀림없다. 

스트라나.ua는 부다노프 실장이 징집 비리 척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실태를, 우크라이나의 새해 현실을 지난해(2025년 말)까지 징집 유예를 받았던 키예프(키이우)의 한 시민 유리를 통해 조명했다. 

유리는 새해들어 출근길에 커피를 사러 슈퍼마켓에 들렀다가 징집 유예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징집대상자로 모처로 끌려갔다. 그는 "유예 기간이 만료되는 사람들은 따로 처리되는 것 같았다"며 "바로 '전역'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더라"고 했다. 그 대가는 1만5천달러의 뇌물.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보다 더 비쌌는데, 최근에 올랐다"고 했다. 

그는 "능력이 안된다"고 솔직히 이야기하자, 자포로제(자포리자) 전선에 주둔한 여단으로 일단 배치됐는데, 그들은 "거기보다 더 나은 근무지도 있고 시간을 더 줄테니 생각해보라"고 권했다. 예를 들면 대통령 경호대로 보내줄 테니 7,000달러를 내라고 했다. 월급이 최소 5만 흐리브냐이고, 훈련소에 갈 필요조차 없으니 유리에게는 가장 좋은 선택지다.

또 5,000달러를 내면 키예프, 3천~4천 달러로는 키예프 외곽 지역로 옮겨준다고 그들은 제안했다. 정부로부터 받은 큰 돈에서 일부를 뜯어내는(러시아 비리) 게 아니라, 아예 '생돈'을 갈취하는 듯하다.

길거리에서 남성들을 징집하기 위해 강제로 차량에 태우는 모습/캡처
길거리에서 남성들을 징집하기 위해 강제로 차량에 태우는 모습/캡처
우크라이나군 비리를 폭로한 알렉산드르 토도로프/사진출처:페북@alex.hoh.86
우크라이나군 비리를 폭로한 알렉산드르 토도로프/사진출처:페북@alex.hoh.86

NYT 보도에 자극이라도 받았을까? 
스트라나.ua는 7일 우크라이나 군대의 비리 폭로에 나섰다. 오데사 출신의 언론인이자 인권 운동가인 알렉산드르 토도로프가 우크라이나군 제41기계화여단에서 직접 겪은 경험담을 통해서다. 그는 현재 병원에서 부상 치료 후 재활 중이다. 

그는 훈련소에서 소총 사격법 정도만 배우고 전투 여단에 배치됐다. 그 곳에서 실전 적응 훈련을 받으면서 드론 방어 등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줄 것이라는 확답을 받았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지난해 11월 14일 여단에 배치됐는데, 12월 말까지 함께 배치된 63명의 병사 중 절반 이상이 전투 불능 상태가 되었다. 격전지인 포크로프스크 전선에서 최소 15명이 러시아군에 포로로 잡혔고, 8명은 실종되고, 1명은 사망, 최소 6명이 부상했다.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병사들은 전투에 투입하지 않겠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약속한 상황에서 가장 최근에 일어난 일이다. 

그는 또 "우리 여단을 포함해 가장 큰 문제는 병력 부족"이라고 주장했다. 진지를 사수할 당시, 필요한 병력은 150명이었는데, 48명 밖에 없었다고 했다. 

지휘관의 가혹 행위도 문제 삼았다. "몇 년째 복무 중인 한 동료는 나에게 '1년 이상 전투에 참여한 중대장들은 모두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미 그들은 피에 굶주린 상태로 제정신이 아니어서 부하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긴다는 것이다. 

전날(6일)에는 스트라나.ua가 안전한 후방으로 전출시켜준다며 돈을 요구하는 군내 비리를 폭로했다. 우크라이나군 제29해군여단 소속 한 해군병사(호출부호·ID: 트라보이)의 증언을 실었다. 

그는 "그들은(지휘관 혹은 인사 담당/편집자) 안전한 후방으로 전출을 원한다면 6천 달러를 내라고 했다"며 "전쟁터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사람들이 전출을 미끼로 돈을 벌고 있다"고 고발했다. "안전한 곳으로 가려면 6천 달러~1만 달러가 필요한데, 주변에서 드문 일도 아니라"고도 했다. 

비슷한 상황은 외국에서 온 용병부대(외인부대, 혹은 국제군단으로 통칭/편집자)에서도 벌어진다. 우크라이나 전황 전문 매체 '딥 스테이트'(deep state)는 지난해 12월 외국 용병들이 소위 '외인부대'의 공식 해체를 앞두고 재배치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군 공격 부대로 전출되자 용병 계약을 해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외인부대에서 쌓인 많은 문제들은 3년 6개월 이상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복무한 네덜란드 출신의 용병(혹은 자원봉사자)이 자신의 고향 매체와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신랄하게 까뒤집어졌다. 

스트라나.ua는 11일 네덜란드 출신의 공군 베테랑(40세, 호출부호 헨드릭)이 그의 지역 신문인 '데 텔레그라프'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부패, 콜롬비아 용병, 일부 군대내 네오나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그들(우크라이나)은 말 그대로 당신(용병)이 완전히 망가질 때까지 내버려 두다가, 당신이 (부상에서 회복해) 다시 건강을 되찾으면 갑자기 당신을 기억해낸다"며 "근데 급여조차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망한 용병의 가족들은 키이우 당국으로부터 당초에 약속받은 금전적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외인부대의 문제점을 폭로한 네덜란드 출신 용병/사진출처:텔레그램
우크라이나 외인부대의 문제점을 폭로한 네덜란드 출신 용병/사진출처:텔레그램

그는 또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성향의 '아조프 연대' 출신들로 구성된 제3강습군단에 대해 "더 이상 예전의 아조프가 아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갔는데, 부대 사무실에서 여전히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친나치 민족주의 부대 'OUN-UPA' 깃발과 민족주의 지도자 스테판 반데라 사진, 거꾸로 된 나치 상징(하켄크로이츠 등)들을 봤다"고 말했다. 또 "일부 외국 용병들은 아예 제3강습군단을 떠났는데, 그 이유는 몇몇 부대가 매일 아침 '나치식 경례'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외인부대는 2025년 12월 31일로 공식 해체되고 소속 부대원들은 우크라이나군 부대로 재배치됐다고 우크라이나 군사전문 매체 밀리터리 랜드가 11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외인부대 소속의 4개 부대가 우크라이나 군사 조직으로 재편성되면서, 원칙없는 재배치가 부대원들의 불만을 불러일으켰다"고도 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한 전직 요원은 외국 용병의 사상자가 지금까지 약 1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태극기가 덮힌 관 하나가 우크라이나에서 매장되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는데, 사망자는 50대 김모씨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 전사자들의 묘지를 담은 영상들/캡처
우크라이나군 전사자들의 묘지를 담은 영상들/캡처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은 지난 2024년 10월 우크라이나군 외인부대(국제군단)에는 약 1만8,000명의 부대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거의 절반 가량이 그동안 사상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외교 공관이 서방 진영 국가에서 신규 용병들을 계속 모집한 것으로 전해져 용병의 전체 규모는 더 늘어났을 수도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주로 미국, 영국, 폴란드, 캐나다 등에서 온 용병들이 우크라이나 편에서 싸우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군 시설과 함께 외국 용병의 주둔지도 폭파 대상에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NYT는 러시아군 비리는 철저하게 파헤치면서 우크라이나군 안팎의 이같은 실태에 대해서는 왜 눈을 감고 있을까? 스트라나.ua는 비리 폭로 증언자들의 사진까지 공개했다. NYT가 취재 의지만 있다면 금방 사실 확인이 가능할텐데, 왜? 비일비재한 일이라서 더 이상 기사거리가 안된다는 뜻일까? 아니면 '전쟁 저널리즘'(우크라이나전쟁 3년째, 전쟁 저널리즘 참조)의 기본을 무시한 탓일까?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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