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러시아)이냐 아니냐의 차이만 있을 뿐 잡아먹히는 건 똑같다?
지난해 5월 체결된 미·우크라 광물협정에 의해 진행된 우크라이나의 대형 리튬 광산 채굴권이 친(親)트럼프의 미국 투자 컨소시엄에게 넘어갔다. 미국의 전쟁 지원 대가로 우크라이나가 광물 채굴 우선권(광물협정)을 넘겼으니, 친트럼프 컨소시엄이 갖고가든 말든 예상된 일이었으나, 우크라이나 정부의 수익은 고작 2%에 불과하다는 분석에 든 생각이다. 미국이 전쟁을 틈 타 우크라이나 광물 자원을 헐값에 홀랑 다 가져가겠다는 게 아닌가 싶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총리는 12일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 중부 키로보그라드주(州) 도브라 리튬 광산 개발 입찰에서 '도브라 리튬 홀딩스'(컨소시엄)가 개발및 채굴권을 따냈다고 발표했다. 생산분배계약(PSA) 방식이다.
도브라 리튬 홀딩스는 미국 정부가 국제개발금융공사를 통해 지분을 보유한 에너지 투자회사인 테크멧(TechMet)과 록홀딩스가 공동 출자한 회사다. 컨소시엄에는 화장품 제국(Estée Lauder Companies)의 상속인이자 트럼프 대통령과 학창 시절부터 알고 지낸 로널드 로더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린란드 매입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브라 광산은 우크라이나 내에서 리튬 매장량이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약 1,700헥타르(h)에 달하는 이 광산에서는 리튬을 함유한 페탈라이트-스폴루멘 광석에 대한 예비 탐사가 진행되었는데, 소량의 니오븀, 주석, 루비듐, 탄탈륨, 세슘, 베릴륨, 텅스텐, 금도 발견된 바 있다.
스트라나.ua는 이날 "스비리덴코 총리의 입찰 결과 발표는 세 가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 포함된 컨소시엄이 따냈으며, 이를 미 뉴욕 타임스(NYT)가 발표 며칠 전에 미리 알려줬고, 미·우크라 광물협정의 틀 내에서 첫번째 프로젝트가 시작됐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주목할 것은 미·우크라 광물협정의 기본 틀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에 관한 핵심 내용(부속문서)을 지난해 5월 기밀로 분류했다. 당시 공개된 것은 미국 투자자들이 우크라이나 광산 개발에 대한 '우선 매수권'을 갖는다는 것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첫 입찰 결정문(낙찰 조건)을 통해 기밀로 분류된 핵심 내용을 유추할 수 있다고 스트라나.ua는 지적했다. 스비리덴코 총리는 발표문에서 "이번 프로젝트로 탐사 및 매장량 평가를 위한 초기 자금 1천200만 달러(약 177억원)를 포함해 최소 1억7천900만 달러(약 2천637억원)의 투자를 유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PSA(생산분배계약) 조건에 따라 도브라 리튬 홀딩스는 자원을 개발하고 그 생산량을 우크라이나 정부와 나누게 된다"고 했다.
분배 방식은 투자자(도브라 리튬 홀딩스)가 투자금 전액을 상환받기 전에 생산량의 70%를 우선 가져가고, 나머지 30%를 투자자와 우크라이나가 나눠갖는 형태다. 계약 조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보장받는 몫은 4~6%인데, 그마저도 총 생산량(투자자가 투자금 상환 명목으로 우선적으로 가져간 70%를 포함한 생산량/편집자)을 기준으로 따지면 2%도 채 되지 않는다고 우크라이나 시민단체 '생태. 권리. 인간(Экология. Право. Человек) 측이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같은 방식은 우크라이나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며 "투자자가 리튬 광산 개발과 무관한 비용을 포함시키거나 장비 가격을 부풀리는 등 인위적으로 생산단가를 높이면, 그만큼 투자 회수 기간이 늘어나고 우크라이나 몫(수익)은 줄어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뉴욕타임스(NYT)는 발표 사흘 전(9일)에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로더가 참여한 '도브라 리튬 홀딩스' 컨소시엄이 입찰을 따냈다고 보도했다. 스트라나.ua는 "입찰 결과가 오늘(12일) 공식 발표되었지만, 미국 언론이 사전에 보도할 정도로, 낙찰자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 등 일부 외신은 이번 프로젝트를 미·우크라 광물협정이 이행되는 첫 사례로 꼽으며 전시 상황에서 미국과의 유대를 강화하려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노력이라고 설명했지만, 전시를 이용한 '자산 강탈'이라는 비판을 피해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수익이 전쟁이 끝나더라도 오랫동안 2%도 채 안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같은 불이익을 감수하고, 지난해 5월 미국과 광물협정을 체결했으며 8월에는 광물 자원 개발 계획을 승인한 뒤 서둘러 '도브라 광산'의 리튬 채굴권에 대한 입찰을 개시했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정부가 최고라다(의회) 비준 당시에도 광물협정의 부속 문서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계약상 불이익에 대한 비판 여론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편법이었을 것이다.
입찰은 끝났지만, 앞으로 계속 논란을 불러올 만한 사안도 없지 않다.
우선, 지난해 7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주재한 미국 기업인들과의 회동에 '테크멧'의 블라디미르(볼로디미르) 이그나셴코 대표가 참석했다. 그는 전임 포로셴코 대통령 재임 시절에 이고르 코노넨코 당시 에너지 부문 책임자가 연루된 회사 페트로컨설팅(Petro-Consulting)을 실제로 소유했던 인물이다. 페트로컨설팅은 그때 도브라 광산 개발 특별 허가를 받았으나, 이후 취소됐고, 이에 대한 소송전이 진행중이다. 소송의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법적 논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페트로컨설팅은 2022년 초 유러피언 리튬(European Lithium Ltd.)과 합병한 뒤 호주-미국 합작 회사인 크리티컬 메탈스(Critical Metals Corp.)에 흡수됐는데, 크리티컬 메탈스도 이번 입찰에 참여했다. 크리티컬 메탈스는 우크라이나 사업을 유러피언 리튬 우크라이나(European Lithium Ukraine)를 통해 진행하는데, 이 회사의 대표가 미하일 제르노프다. 제르노프는 2019년 이그나셴코로부터 페트로컨설팅을 인수했다. 제르노프와 이그나셴코 간의 다툼도 볼만할 것이다.
또 이그나셴코가 페트로컨설팅을 운영했던 2018년 5월~2019년 5월에는 예고르 페렐리긴이 대표를 맡았다. 페렐리긴은 현재 경제부 차관이다. 원자재 거래의 PSA(생산분배계약) 계약을 총괄하는 자리다.
도브라 광산 개발을 둘러싼 전제 그림을 보면 전 정권과 현 정권의 기득권자들이 얽히고 섥힌 입찰 프로젝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크라이나의 고질적인 부패 구조를 떠올리게 하는데, 종전 후에 또 정권 교체 뒤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자못 궁금하다.
원칙적으로 이번 계약은 50년간 유효하다. 다만 투자자는 2년 반 동안 지질 탐사를 진행하고 매장량을 평가한 뒤 행정적 승인 절차(환경영향평가 포함)를 받아야 한다. 이후 6개월 내 투자자는 사업을 계속할지 포기할지 결정한다. 사업을 계속할 경우 추가 기간 5년이 주어지고, 포기할 경우 6개월 내에 채굴권을 반납해야 한다.

스비리덴코 총리가 발표한 대로, 초기 투자액은 1,200만 달러이며, 본격 채굴및 정제에는 최소 1억 6,700만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우크로보론엑스포트의 전 대표인 세르게이(세르히) 본다르추크는 "실제 투자액은 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는 도브라 리튬 홀딩스가 모든 행정적 절차를 끝내더라도 전쟁 종식 전에는 대규모 채굴 작업에 착수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본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