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Jan 2026

독소전쟁보다 길어진 전쟁, 우크라 인구통계학적 위기 실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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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제 제2차 세계대전의 '독소전쟁'(나치독일과 소련 간의 전쟁, 1941년 6월~1945년 5월, 1,418일)보다 더 긴 전쟁으로 역사에 기록된다. 독소전쟁 기간에 독일은 약 370만명, 소련은 2,700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 이번 전쟁도 비록 독소전쟁에 미치지 못하지만, 인도주의적 재난은 참혹하다. 특히 전쟁터가 된 우크라이나는 인구통계학적 위기도 심각하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유럽통계청(Eurostat)은 지난해(2025년) 11월 말 기준으로 433만 명에 이르는 우크라이나인이 난민 자격으로 유럽연합(EU)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고 13일 발표했다. 전체 난민 중 절반 이상이 독일(약 124만 명)과 폴란드(약 97만 명)에 거주하고 있으며, 체코(392,670명)가 자국민 대비 가장 많은 우크라이나 난민(28명당 1명)을 받아들였다. 

EU 회원국이 아닌 영국에도 약 23만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이 있다. 따라서 유럽 통계청에 잡히지 않는 난민도 적지 않아, 전세계적으로 우크라이나 난민은 모두 1천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바르샤바 주재 우크라이나 영사관 앞에 여권을 갱신하기 위해 몰려든 우크라이나인들/텔레그램 영상 캡처
바르샤바 주재 우크라이나 영사관 앞에 여권을 갱신하기 위해 몰려든 우크라이나인들/텔레그램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 최고라다(의회) 인권위원인 드미트로 루비네츠는 새해 첫날 한 인터뷰에서 "전쟁이 시작된 뒤 해외로 피난한 우크라이나인은 1,100만 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해외로 피란한 우크라이나인이 모두 거주 지역의 영사관에 ​​등록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공식 통계는 적을 수 있다"면서 "외무부로부터 받은 공식 통계로는 850만 명"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우크라이나 당국이 지난해 8월 18~22세 남성들에게 출국을 허용한 뒤 두 달 동안 폴란드에 입국한 젊은 우크라이나인(22세 이하, 그 이상은 출국금지 상태다/편집자)은 수만 명을 넘어섰다. 유럽의 한 언론은 그 수를 10만명으로 보도했는데, 중복 입국자 수까지 포함된 것이라고 폴란드 국경수비대(출입국 관리 사무소) 측이 부연 설명했다. 

전쟁터로 끌려가기 않기 위해 불법으로 국경을 탈출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의 행렬은 새해 들어서도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탈출 성공기는 대부분 묻히고 탈출하다 체포된 사람들의 이야기만 공개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식이다.
술을 운반하는 트럭에 숨어 해외로 탈출하려던 남성 7명이 12일 국경수비대에 적발됐다. 트럭 운전사는 인당 6천~1만3천 유로를 받기로 하고 이들을 술 상자 사이에 숨겼다.
지난해 11월에는 동원 기피자들을 태우고 헝가리로 넘어가려던 현금 수송 차량이 구금됐다. 또 미니버스에 비밀 칸막이를 설치해 징집 기피자 두 명을 폴란드로 이송하려던 계획을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국경경비대가 적발했다.

술 적재 트럭에 숨어 해외로 탈출하려던 우크라이나 남성들이 검문소에서 적발됐다/사진출처:국경경비대 영상 캡처
술 적재 트럭에 숨어 해외로 탈출하려던 우크라이나 남성들이 검문소에서 적발됐다/사진출처:국경경비대 영상 캡처

목숨을 걸고 해외로 탈출하는 우크라이나인들도 적지 않다. 미국 CNN 방송은 지난해 말 탈출에 성공한, 삶을 넘나든 우크라이나들의 탈출기를 내보냈다. 그들은 CNN 인터뷰에서 "전쟁터로 끌려가는 것보다 산을 넘어가다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CNN에 따르면 34세의 키예프(키이우) 택시 운전사는 5일간 혼자 카르파티아 산맥을 넘어 루마니아에 도착했으며, 42세 건설 노동자는 카르파티아 산맥을 넘던 중 발에 동상을 입었으나 루마니아 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그러나 함께 탈출했던 동료 중 한 명은 산에서 얼어 죽었다고 한다. 루마니아 구조팀은 CNN에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에 산에서 구조한 우크라이나 남성은 377명"이라고 말했다. 

CNN 기자가 우크라이나인으로 위장해 해외로 밀입국시켜 줄 알선업자를 찾았더니, 1만 4천 달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중 일부는 우크라이나 국경 경비대원에게 주는 뇌물로 쓰인다고 했다. 

이렇게 목숨을 걸고 해외로 탈출한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유럽 각국의 처우도 전쟁이 길어지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독일은 새해 들어 우크라이나 난민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 시스템을 바꿀 계획이고, 폴란드도 오는 3월부터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특별 지위를 폐지하고 다른 외국인과 동등하게 대우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다.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과정도 까다로워질 전망. 독일 일간지 빌트는 "EU가 새해에는 국경에서 우크라이나인의 난민 신청서를 심사한 뒤 탈락자의 입국을 아예 거부할 계획"이라고 지난해 12월 보도했다.

참호에서 우크라이나 부상병을 옮기는 장면/텔레그램 영상 캡처
참호에서 우크라이나 부상병을 옮기는 장면/텔레그램 영상 캡처

전란(戰亂)을 피해 해외로 떠나지 못한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군의 계속된 공습으로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아나톨리 키나흐 전 우크라이나 총리는 현지 TV 채널 '노비니 라이브'에서 "전쟁 기간에 우크라이나의 장애인 수는 270만 명에서 340만 명으로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대략 70만 명이 전쟁 중 부상을 입어 장애자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2025년 상반기 통계에 따르면 약 10만 명이 태어나고 24만 9천 명이 사망해 사망률과 출생률의 비율은 3:1에 가까워지고 있다"고도 했다.

우크라이나 법무부에 따르면 2024년 사망률은 출생률의 2.8배를 넘어섰고, 우크라이나는 세계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고 출산율은 가장 낮은 국가라고 미 중앙정보국(CIA)은 분석했다.

키나흐 전총리는 또 "일부 통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의 통제 지역에는 현재 2,800만~2,900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그중 1,020만 명이 연금 수령자"라고 말했다. 거주자의 3분의 1가량이 더 이상 경제활동(일)은 안하고 정부로부터 꼬박꼬박 연금을 받는 사람들이라는 지적이니 우크라이나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그는 또 물적 피해에 대해 "에너지, 교통, 사회, 산업 등 기반 시설 파괴로 인한 총 손실액은 이미 1조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례없는 규모의 파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모든 피해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치르는 대가"라면서 "이제는 균형 잡힌 방식으로 전쟁의 열기를 식혀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국가의 존립을 위해 조기 종전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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