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Mar 2026

미국의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제거, 러시아는 왜 젤렌스키를 겨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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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이하 하메네이)가 2월 28일(현지시간) 사망했다. 미국으로서는 올해 초(1월 3일)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의 전격 압송에 이은 군사작전의 쾌거라고 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는 마두로 대통령의 미국 압송 이후 들어선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 체제가 즉각 미국과 양보를 전제로 한 협상을 시작했다. 정권 교체를 겨냥한 미국의 군사 전략이 대체로 성공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란은 하메네니의 죽음에 대해 '피의 보복'을 선언했다.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는 이란 정권의 실세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시온주의자(이스라엘) 범죄자들과 파렴치한 미국인들이 그들의 행동을 후회하도록 만들어주겠다"고 큰소리쳤다.

미국의 군사작전에 감탄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은 4년 넘게 전쟁을 끌어가고 있는 러시아는 왜 젤렌스키 대통령 제거에 적극 나서지 않(았)을까라는 점이다. 오랜 전쟁의 역사(전사, 戰史)에서 배운 교훈은 적장의 목을 베는 것이 상책이고, 적장을 놓치고 부하들만 무수히 죽이는 것은 하책 아니었던가? 세월이 흐르고 흘러 전쟁터의 모습은 변했지만, 적장을 제거하는 것이 승리를 앞당기는 지름길이라는 원칙은 동일할 터인데, 왜 미국과 러시아의 전쟁 수행 방식이 이처럼 다를까? 미국의 대(對)중동 전쟁(2003년 이라크 전쟁, 리비아 전쟁, 이란전쟁)과 러시아의 대(對)CIS 전쟁(그루지야·조지야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작전 개시부터 현저하게 차이가 날까?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 공습 후 승리를 강조하면서 하메네이의 제거를 직접 발표했다. 그 전부터 헤메네이의 제거를 통한 정권의 교체를 공공연하게 거론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제거를 입에 올린 기억이 없다. 오히려 그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정황만 나중에 전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공습을 피해 지하 벙커에 숨어지낼 때였다.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3월 평화 중재를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한 나프탈리 베넷 당시 이스라엘 총리는 개전 1주년을 앞둔 2023년 2월 5일 이스라엘 TV '채널 12'와 가진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과 나눈 대화의 일부를 공개했다.
"나는 푸틴 (대통령)에게 '젤렌스키 (대통령)를 죽이지 않겠다는 약속을 저에게 한 것'으로 이해해도 되느냐고 되물었고, 그는 '그렇게(공격) 하지 않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이후 크렘린에서 공항으로 가는 길에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푸틴 대통령의 약속을 전하면서 '생명에 대한 위협은 없다'고 알렸고, 그는 '확실합니까?'라고 물었다. 나는 '100퍼센트' 라고 확답을 줬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동안 숨어 지냈던 지하 벙커에서 나와 집무실로 돌아왔으며, 바깥에서 (국민에게 전하는) 영상을 촬영했다고 베넷 전 총리는 주장했다.

전쟁 전인 2021년 10월 크렘린을 방문한 베넷 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을 갖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전쟁 전인 2021년 10월 크렘린을 방문한 베넷 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을 갖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전쟁 발발 4주년을 맞아 개전 초기에 은신했던 키예프(키이우) 지하 벙커를 소개하는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영상 캡처
전쟁 발발 4주년을 맞아 개전 초기에 은신했던 키예프(키이우) 지하 벙커를 소개하는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영상 캡처

베넷 전 총리의 회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처음부터 적장을 벨 의도가 없었다고 봐야 한다. 개전 초기부터 전쟁 승리의 지름길을 택하지 않는 이유가 그래서 더욱 궁금하다. 

이론적으로는 상반되는 두개의 주장이 나올 수 있다.
반(反)러시아적 시각에서 보면, 젤렌스키 대통령을 제거할 능력이 부족했다. 소설 삼국지 시대와는 달리 현대전에서 적장 제거에는 정확한 위치 정보와 폭발물(미사일)이 필요하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와 이란 공격 당시, 마두로 대통령과 하메네이의 위치를 정확하게 꿰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곳을 전광석화처럼 치고 들어갔다.

러시아는 당시 외신에 통해 망명설이 나돈 젤렌스키 대통령의 위치를 정확하게 몰랐거나, 알고 있었더라도 대피한 지하 벙커를 파괴할 미사일을 보유하지 못했을 수 있다. 물론, 과거 한 국가(소련)나 다름없었던 우크라이나 지도부에 대한 최고급 정보가 러시아에 없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개전 직후 국가보안국(SBU)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과 정보를 교환한다는 이유로 SBU 지휘부를 대거 교체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키예프(키이우) 반코바 거리의 지하 벙커에 숨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는데, 핵전쟁을 대비해 소련 시절에 건설한 그 지하 벙커를 러시아 정보기관이 몰랐을까? 알았다면, 러시아는 이 벙커를 파괴할 만한 무기가 없다며 스스로 포기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지하 벙커에서 나온 젤렌스키 대통령을 왜 저격하지 않을까? 베넷 전총리에게 한 이전의 약속 때문에 머뭇거렸을까?

러시아 매체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KPru)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해(2025년) 우크라이나 전쟁 일화를 소개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최첨단 탄도 미사일인 '오레슈니크'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집무실을 공격하자는 제안을 단호히 거부했다"고 말했다. 하메네이가 테헤란 집무실에서 미-이스라엘 공습을 받고 사망한 것과 일단 비교되는 대목이다.

친(親)러시아 시각으로는 러시아는 처음부터 젤렌스키 대통령을 죽이거나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파괴할 마음이 없었다. 베넷 전 총리의 회고 발언에서도 일부 확인된다. 

'우크라이나전 3년째 전쟁 저널리즘'(이진희 저 맑은 샘 2024년 10월 발간)에 따르면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장은 개전 두달 후(2022년 4월 25일) “러시아군도 처음부터 유고(세르비아)와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등에서 미군이 보여준 대로 키예프를 무자비하게 때려 부수는 공습과 폭격을 가했더라면, 전쟁은 이미 끝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군의 군사작전과 달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민간 기반 시설과 민간인들에게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도록 선택적이고 신중하게 접근한 게 개전 초기의 실책이라는 논리였다.

그의 발언은 푸틴 대통령의 2월 24일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TV 연설을 겨냥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군사작전 개시 명령을 내리면서 “우크라이나는 단순한 이웃 나라가 아니다. 우리(러시아)의 역사, 문화, 정신적 공간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일부이며 동료, 친구뿐만 아니라 혈통, 가족관계로 연결돼 있다”며 진격하는 군 부대에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및 민간시설 보호를 주문했다.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의 일방적인 우크라이나 편애(偏愛)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러-우크라 관계가 미국과 이라크, 리비아, 이란 관계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은 분명하다. 친인척과 어릴 적 친구, 과거 동료 등이 러-우크라로 떨어져 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을 지휘하는 알렉산드르(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총사령관 등 고위 지휘관 대부분은 소련 군사학교 출신으로, 러시아군 최고 지휘부와 서로 아는 사이다. 특히 시르스키 총사령관의 아버지와 동생은 현재 러시아 블라디미르에 살고 있으며 두 사람의 근황이 언론을 통해 수시로 전해진다. 그의 아버지는 러시아(소련)군 대령 출신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황을 보고하는 시르스키 우크라 총사령관/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황을 보고하는 시르스키 우크라 총사령관/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시르스키 우크라군 총사령관의 동생 올레그/사진출처:러시아 매체 레그넘, SNS 
시르스키 우크라군 총사령관의 동생 올레그/사진출처:러시아 매체 레그넘, SNS 

또 반러시아 성명을 앞장서 낸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의 형 블라디미르의 장례식이 2024년 5월 러시아에서 열렸다. 그는 러시아군 예비역 대령(군 정보총국·GRU 근무)으로, 특수군사작전 참전 중 사망했다고 친우크라 군사 텔레그램 채널이 주장했다. 포돌랴크 고문도 2023년 말 형(블라디미르)이 러시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형제는 과거 소련군 정보총국에서 함께 근무했다는 설이 파다하다.

전쟁 초기에 우크라이나의 사회 기반 시설을 폭파한 것은, 러시아군이 아니라 우크라이나군이었다.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는다는 이유로 댐을 무너뜨려 주변 지역을 침수시키고, 크고 작은 철교와 다리를 수백 개 폭파했다. 올렉산드르 쿠브라코프 우크라이나 인프라 장관은 개전 첫해(2022년) 4월 27일 우크라이나군이 약 300개의 철도 연결 부위를 파괴했다고 확인했다.

하메네이의 사망이 전해진 지난달 28일, 러시아가 여전히 젤렌스키 제거에 나서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세르게이 스테파신 전 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어서 어서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반코바 거리를 폭격)하라'고 외치고 있지만, 푸틴 대통령이 꿈쩍도 하지 않고 있어 다행"이라며 "대통령의 개인적 자질과 역사의 교훈, 건전한 정치적 계산을 바탕으로 (반코바 거리) 폭격을 자제하고 또 자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860~70년대 제정러시아 작가인 니콜라이 네크라소프의 연작 대서사시 '러시아에서 누가 잘 살고 있나'를 인용해 "우리의 도끼는 당분간 거기에 놓여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1860년대의 농민들처럼) 언제든지 도끼를 들고 나올 수 있다(젤렌스키 제거/편집자)는 뜻이다.

친러시아적이든 반러시아적이든, 러시아의 특수군사작전이 궁극적으로 친서방 정권(젤렌스키 대통령)의 교체를 목표로 했다면, 결과적으로는 러시아 정치및 군사 지도부의 실책 가능성도 크다. 미국의 대베네수엘라, 대이란 군사작전에서 보듯, 젤렌스키 대통령 지도부를 일찌감치 제거했다면, 전쟁을 4년이 넘도록 끌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설사, 전쟁 초기에 굳이 적장을 제거하지 않더라도 군사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판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작전 개시 명령 성명도 기본적으로 판세를 잘못 읽은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보는 게 적확하다.

군 장성 출신의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국방위원장인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의원은 개전 한달여만에 러시아군이 키예프에서 퇴각하자 "군의 정신 상태부터 글러 먹었다"며 "우크라이나가 '어서 오십시오'라며 우리 탱크를 환영할 줄 알았느냐"고 군 지휘부를 질타했다. 탱크를 몰고 내려가면 우크라이나인들이 삼색기를 흔들며 환영할 것으로 착각했다는 주장이다. 당시 러시아 전쟁 강경파도 SNS(텔레그램)를 통해 러시아군의 안이한 군사작전을 비판하며 쇼이구 국방장관-게라시모프 총참모장(합참 의장 격)의 군 지휘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직격했다.

특수군사작전 초기, 대낮에 줄지어 이동하는 러시아군 탱크와 장갑차량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저항군의 매복에 걸려 파괴되고 흩어졌다/사진출처:러시아군 텔레그램 
특수군사작전 초기, 대낮에 줄지어 이동하는 러시아군 탱크와 장갑차량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저항군의 매복에 걸려 파괴되고 흩어졌다/사진출처:러시아군 텔레그램 

뒤이어 우크라이나 현지 첩보를 담당한 FSB 제 5국 요원들이 줄줄이 옷을 벗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세르게이 베세다 국장은 우크라이나의 저항 수준에 대해 오판한 책임을 지고 가택 연금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하지만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거의 확인됐다.

전쟁에서 정세 판단과 최종 결정은 오로지 군통수권자(대통령)의 몫이다. 좋은 정보든 나쁜 정보든 최악의 정보든 최선의 정보든, 어떤 정보를 고르고 선택하고 최종결정하는 자는 대통령이다. 잘못된 정보를 올린 부서를 질책할 수는 있지만, 최종 선택의 잘못을 아래로 미룰 수는 없다. 책임 회피는 존경받는 지도자상이 아니다.

하메네이의 제거를 보는 우크라이나 지도부의 발언을 접하면서 푸틴 대통령은 뒤늦게 실책을 곱씹고 있을 지 모른다. 진작에 젤렌스키 지도부 제거에 나서지 않았던 결정을 후회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하메네이 제거를 국제법을 비웃는 위반행위(살인 사건)라고 규탄하며 애도를 표했다. 

반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SNS에 하메네이 제거에 대해 "독재자의 죽음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썼고, 시비가 외무장관은 "아사드 (전시리아 대통령)와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이제는 하메네이까지, 푸틴 (대통령)은 불과 1년여 만에 가장 가까운 친구 세 명을 잃었다"며 "몰락하는 독재자들의 도미노는 계속되어야 하며, 언젠가 푸틴의 몰락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격을 당한 우크라이나로서는 러시아를 저주할 만하다. 그럴 수록 개전 초기에 젤렌스키 지도부의 안전을 보장한 러시아는 땅을 치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이제와서 '거기에 놓인 도끼'(네크라소프 연작시 중)를 들 수도 없다. 국제법을 비웃는 살인사건이기 때문이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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