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Apr 2026
러-벨라루스, 세계 수영계로 복귀, 우크라·북유럽 강력 반발, 대회 보이콧
이쯤되면 갑과 을이 바뀐 상황이 아닌가 싶다. 세계수영연맹(World Aquatics, 2023년 1월까지는 국제수영연맹·International Swimming Federation)이 러시아와 벨라루스 두 나라의 국제대회 참가를 허용했는데, 일부 유럽 국가들이 대회를 보이콧하겠다고 한다. 항의에 나설 수밖에 없는 그 심정은 이해하지만, 세계수영연맹은 우크라이나 전화(戰火)에 휩쓸린 유럽에 묶인 국제스포츠 단체가 아니다. 보이콧은 결국 자신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세계수영연맹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인정한 단체로, 수영과 다이빙, 하이 다이빙, 아티스틱 수영, 수구 및 오픈 워터수영 등 6가지 수상 스포츠 종목을 관장한다.
세계수영연맹이 지난 13일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한 징계를 철회하고, 두 나라 선수들의 국제대회 참가와 두 나라 수영연맹의 정회원 자격 회복을 결정하자, 북유럽 국가들이 이에 항의하며 국제대회 개최를 거부했다. 또 러시아·벨라루스 선수들의 대회 참가를 막거나 참가 대회의 출전을 보이콧하기로 했다.
세계수영연맹은 그동안 두 나라 선수들의 국제대회 참가 시 '중립국 소속 선수'로, 국기 게양과 국가 연주, 유니폼 착용을 허용하지 않았다.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스웨덴과 덴마크,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 북유럽 9개국 수영 단체로 구성된 북유럽수영연맹(NSF)은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 수년간 자국 내에서 국제 수영 대회의 개최를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NSF의 의장국인 에스토니아의 에르키 수시 수영연맹 회장은 "우리 선수들의 대회 출전 자체를 막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본질적으로 반대하는 정책에 동조해 경기장을 제공할 수는 없다"면서 "세계 수영 선수권 대회를 보이콧할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뒤이어 18일 폴란드가 자국에서 개최되는 2027년 유럽 다이빙 선수권 대회에 러시아 선수들의 참가를 막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와 스포르트 엑스프레스(스포츠 익스프레스)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오틸리아 옌드제이차크 폴란드 수영 연맹(PZP) 회장은 이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2027년 유럽 다이빙 선수권 대회에 출전을 허용하지 않겠다"면서 "그러나 자국 선수들이 러·벨라루스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에 출전을 막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정치적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참가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유럽 연맹 당국에 통보했다"고도 했다. 다이빙 선수권 대회의 경기 일정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폴란드의 이같은 조치는 러시아 국기가 게양될 경우, 항의 시위가 벌어질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방의 대(對)우크라 지원 기지 격인 폴란드는 지난해(2025년) 말 루블린에서 열린 유럽 쇼트 코스(25m) 선수권 대회에 비자 발급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당시 '중립국' 소속으로 참가하려는 러시아 출신 선수들의 대회 출전을 막은 바 있다.
유럽 일부 국가들의 반발을 부른 세계수영연맹의 러시아·벨라루스 징계 철회는 지난 13일 발표됐다.
러시아 매체 rbc에 따르면 세계수영연맹은 성명에서 "벨라루스와 러시아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자국 상징의 유니폼을 입고 다른 나라 선수들과 함께 대회에 참가할 수 있으며, 국기와 국가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최소 4번의 도핑 테스트를 통과하고 수영윤리위원회의 엄격한 신원 조사를 거쳐 대회 참가를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후세인 알 무살람 세계수영연맹 회장은 "수영장이 이제는 모든 국가의 선수들이 평화롭게 경쟁하며, 하나 되는 장소로 남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수영연맹의 이번 결정으로 오는 7월 31일~8월 16일 파리에서 열리는 2026 유럽 수영 선수권 대회에서부터 두 나라의 국기가 펄럭이고, 국가 연주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프랑스는 북유럽수영연맹과 폴란드, 우크라이나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의 선수권 대회 참가에 아직 어떤 제한도 가하지 않았다.
러시아와 벨라루스 수영 선수들은 또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 복귀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우크라이나는 이같은 상황 변화에 즉각 반발했다.
마트비 비드니 체육청소년부 장관은 세계수영연맹의 결정을 "스포츠를 통한 (러시아의) 군사적 침략 정당화"라고 규탄했다. 또 수구 월드컵에 출전 중인 우크라이나 대표팀의 러시아 경기를 보이콧했다.
수구 월드컵 경기 모습/사진출처:세계수영연맹 사이트
세계수영연맹의 발표가 나온 13일에는 수구 월드컵 2부 리그 러시아(중립국 자격)와 우크라이나 간의 7위 결정전에서 몰타에서 예정돼 있었다. 우크라이나 측은 세계수영연맹에 경기 취소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하자 경기를 보이콧하기로 결정했다. 알렉산드르(올렉산드르) 스비셰프 우크라이나 수구 연맹(UWPF) 회장은 "선수와 코칭 스태프들이 보이콧 결정을 지지했으며, 불참으로 테크니컬 패배를 당하더라도 이를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세계수영연맹은 우크라이나가 경기에 나오지 않음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0-5의 테크니컬 패를 선언했다.
이번 수구 월드컵 대회는 러시아 대표팀이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음으로 참가하는 단체전 경기였다. 조별 예선에서 러시아는 브라질(10-7), 영국(21-9), 남아프리카공화국(31-11)을 차례로 꺾고, 16강전에 올라 브라질(16-10)을 이겼지만, 프랑스(13-14)와 루마니아(12-16)에 패했다.
러시아는 당연히(?) 세계수영연맹의 결정을 반겼다. 북유럽 국가들의 조직적인 반발에 대해서는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이 "자기 꼬리를 잡아먹는 나치 뱀 같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등 불쾌함을 드러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세계수영연맹의 러시아·벨라루스 복귀 결정에 즉각 논평하지 않았다. 그러나 커스티 코벤트리 IOC 위원장이 과거 "모든 스포츠 선수들이 정치적 간섭 없이 경쟁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미뤄 환영할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퇴출당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소수의 선수만이 국가대표가 아닌 '개인중립선수' 자격으로만 출전했다. 하지만, 두 나라는 지난해(2025년) 중반부터 국제 스포츠계 복귀 발걸음을 차근차근 내딛는 모양새다. 세계수영연맹의 징계 해제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을 받을 만하다.
3월에 열린 이탈리아(밀라노·코리티나담페초) 패럴림픽 개막식에서는 러시아 선수들이 국기를 들고 입장하기도 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