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May 2026

5월 9일 러시아의 승전 기념일 휴전-러, 우크라 간의 고차 방정식 머리 싸움의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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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한 신경전의 끝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의 휴전 선언이다. 그러나 그 시점이 각기 달라 신경전의 최종 결과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4월) 29일 트럼프 미 대통령과 가진 전화 통화에서 5월 9일 승전 기념일을 전후한 휴전 방침을 전달하고 사실상 협조를 요청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세한 내용을 미국 측으로부터 확인할 것을 지시하면서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휴전을 거부할 뜻을 내비쳤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러시아의 휴전 (제안)을 거부했으나, 도발은 자제했다.

 

러시아 승전 기념일 열병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승전 깃발 행진(위)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단상에 오른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러시아 승전 기념일 열병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승전 깃발 행진(위)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단상에 오른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승전 기념일을 닷새 앞둔 4일 하루는 아주 긴박하게 흘러갔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서 열린 유럽 정치 공동체(EPC) 정상회의에 참석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모든 파트너들은 키예프(키이우)의 협상력이 눈에 띄게 강화되었다는 점에 주목했다"면서 "우크라이나 드론이 5월 9일 모스크바 (승전 기념일) 열병식에 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9일 열병식을 개최한다고 발표했지만, 군사 장비 전시(군사 퍼레이드)는 수년 만에 없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러시아가 군사 퍼레이드를 취소한 마당에 우크라이나 드론이 등장한다는 것은 행사장에 대한 드론 공격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특히 전날(3일) 밤에는 우크라이나 드론이 크렘린 인근의 고급 주택 건물을 타격했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장거리 (비행) 드론이 모스크바 상공을 뒤덮은 촘촘한 방공망을 뚫고 크렘린 인근까지 침투했다는 뜻이다. 이론적으로 우크라이나가 모스크바를 향해 드론을 떼로 보낸다면, 아무리 우수한 방공망이라도 드론 전부를 요격할 수는 없다. 아직까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우크라이나 드론의 모스크바 고급 주택단지 공격으로 도로 한가운데로 쏟아진 잔해들/사진출처:현지 TV 채널 NTV
우크라이나 드론의 모스크바 고급 주택단지 공격으로 도로 한가운데로 쏟아진 잔해들/사진출처:현지 TV 채널 NTV

따라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작심한다면, 우크라이나 드론이 승전 기념식이 열리는 붉은 광장 상공에 나타날 수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텔레그램이 공개된 지 몇시간 후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국방위원회 소속 안드레이 콜레스니크 의원은 기자들에게 "만약 우크라이나군이 9일 승전 기념일 열병식에 도발한다면, 대응은 불가피할 것이며, 매우 심각하고 광범위한 보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드론의 잠재적 공급처를 선제적으로 공격하는 것도 나쁠 건 없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군 당국에 촉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의 붉은 광장 타격과 이에 대한 러시아의 강력한 보복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듯했다. 반전이 일어난 것은 이날 저녁 늦게였다. 러시아 국방부가 성명을 통해 8일과 9일 휴전을 선언하면서 "휴전이 깨질 경우, 키예프 중심부를 향해 보복 미사일 공격을 단행하겠다"고 경고했다. 성명은 "러시아는 지금까지 인도주의적 이유로 키예프 도심 공격을 자제해 왔다"며 "우리는 키예프 시민과 외국 공관 직원들에게 즉시 도시를 떠날 것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측도 러시아의 모범(휴전)을 따르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텔레그램을 통해 5월 6일 자정부터 휴전한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그는 "오늘 현재, 러시아 소셜 미디어(SNS)에 보도된 휴전 조건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에 공식적인 요청이 없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인간의 생명이 어떤 기념일의 '축하'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고 믿고, 6일 자정부터 휴전을 선언한다"고 썼다. 그동안 주장해 온 대로 무기한 휴전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그는 "휴전 발효 시간까지 남은 기간에도 휴전 보장이 가능하지만, 그 시간(휴전 발효)부터 우리는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대응 협박도 잊지 않았다.

크렘린을 방문한 위트코프 미 대통령 특사와 악수를 나누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크렘린을 방문한 위트코프 미 대통령 특사와 악수를 나누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열린 유럽 정치 공동체 정상회의에서 대화를 나누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사진출처:텔레그램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열린 유럽 정치 공동체 정상회의에서 대화를 나누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사진출처:텔레그램

여기서 주목할 것은, 러-우크라가 제안한 휴전 기간이 서로 어긋난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8일, 9일 이틀간 휴전을, 우크라이나는 6일 자정부터 휴전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는 특히 "그 시간 이후로 러시아가 공격할 경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고 예고했으니, 이론적으로는 러시아가 6일이나 7일 우크라이나를 공습한다면, 우크라이나는 8일이나 9일 러시아를 보복 공격할 수 있다는 말이다. 9일 승전 기념일 열병식도 보복 가능 시간대에 들어간다. 스트라나.ua는 5일 지난해와는 다른 젤렌스키 대통령의 휴전 제안을 두 가지 측면에서 풀었다.
우선, 트럼프 미 대통령도 지지한 휴전을 완전히 거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러시아가 6일부터 휴전에 동의하지 않으면, 8일과 9일 휴전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나.ua는 "러시아가 여러 가지 이유로 6일부터 시작되는 우크라이나 휴전 제안을 거부할 것으로 키예프는 예상한 것"이라고 짚었다.

앞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러시아가 6일부터 9일까지 나흘간 '기간이 연장된' 휴전에 동의할 경우와 거부할 경우다.
동의할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아주 작다. 거부할 가능성은 훨씬 높다. 이 경우, 젤렌스키 대통령은 드론으로 모스크바를 때릴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사기를 높이는 정보적인 측면과 '러시아는 두려워할 상대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는 지정학적인 측면, 또 측근 민디치의 녹음 파일에 등장하는 부패 스캔들을 잠재우는 국내 정치적 측면에서 모스크바 공격은 매력적인 선택이다.

문제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반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전 기념일 열병식 공격 시 심각한 결과(스타링크 단절과 군사 정보 제공 중단 등)를 초래할 것이라고 사전에 직접적으로 경고하는 경우,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격 계획을 접을 게 틀림없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까? 미지수다. 또 다른 문제는 우크라이나 드론이 과연 열병식이 열리는 붉은 광장을 때릴 수 있을지 여부다. 모스크바의 방공 시스템은 상당히 견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헐적으로 드론 몇 대만이 겨우 모스크바 방공망을 뚫었다. 

러시아는 이미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5~9일 모바일 인터넷(이동전화의 인터넷)과 문자 메시지 전송을 차단하는 등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에 대한 대응 수위를 최고조로 높였다. 키예프가 5월 9일 붉은 광장을 공격하기로 한다면, 가능한 한 많은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할 것이다. 떼로 몰려오는 드론을 러시아가 모두 요격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2023년 5월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을 받은 크렘린/현지 매체 영상 캡처
2023년 5월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을 받은 크렘린/현지 매체 영상 캡처

러시아 국방부는 보복 조치로 키예프 중심부에 대한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예고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키예프 도심에 여러 차례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으나 우크라이나 방공망에 막히곤 했다. 스트라나.ua는 "키예프 도심에 대한 러시아의 미사일·드론 공격이 그동안 드물었던 것은 러시아의 인도주의적 자제 때문이 아니라, 키예프의 방공 시스템이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물론,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오레슈니크'와 같은 러시아 최신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요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오레슈니크 미사일이 핵탄두를 탑재하지 않는 한, 전에 없이 큰 피해를 키예프 도심에 안겨주기는 힘들다. 핵탄두 장착, 즉 전술핵무기 사용은 러시아에게도 상당한 위험이 뒤따른다는 점에서 쉽사리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아니다. 

러시아군이 보복 공격시, 당연히 키예프의 정치 군사 지도부 시설을 겨냥할 터인데, 젤렌스키 대통령과 군·정치 지도부는 서둘러 지하 벙커로 대피하거나 아예 수도를 떠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공습 피해는 순수하게 민간인과 민간 시설에게 돌아가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를 빌미로 반(反)러시아 캠페인을 전 세계적으로 벌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드론이 승전 기념식 열병식이 진행되는 붉은 광장에 떨어진다면, 러시아는 국방부가 예고한 것보다 더 강력한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분노한 푸틴 대통령이 지난(4월) 29일의 전화 통화에 이어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새로운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미-러 간의 '앵커리지 정신'의 수용을 거세게 몰아붙이면서 심각한 사태(핵 전쟁)로의 비화를 경고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대담한 드론 공격 등으로 암살 위협을 느낀 푸틴 대통령이 대중 공개 활동을 줄이는 동시에 경호 수준을 대폭 높이고 있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4일자 보도(연합뉴스 4일 보도)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승전 기념일 행사 참석은 우크라이나군에게 정확한 좌표를 찍어주는 일로, 그가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다고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5월 9일 드론 공격 가능성과 러시아의 보복 강도를 예측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다만 사태의 심각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랄 판이다. 스트라나.ua의 결론은 이렇다.
"양국의 대립은 승전 기념일을 앞두고 더욱 위험한 길로 치닫고 있다. 승전 기념일까지 앞으로 며칠 동안 잠잠해지는 것이 러-우크라는 물론 전 세계 모두에게 이롭다." 맞는 말이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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