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May 2026

러 쿠르스크 탈환작전에 참여한 북한군, 승전 기념일 행진에 첫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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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불안하던 러시아의 전승 기념일 행사가 무사히 끝났다. 9일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린 행사를 앞두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드론 공격 암시로 러시아 안팎에서는 예상치 못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했다.

그러나 행사를 하루 앞둔 8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9~11일 러-우크라 양국이 휴전하기로 했다고 발표함으로써 팽팽한 긴장감은 사라졌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 외교 담당 보좌관이 전승 기념일의 돌발 사태(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러시아군의 키예프 도심 보복 공습)에 관해 미국 측과 논의했다(5일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루비오 미 국무장관 전화통화/편집자)고 밝혀 미국 측에 협조를 구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회의(안보회의) 서기(사무총장)가 7일 미국을 방문해 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승 기념일 휴전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협상의 중재에 나선 미국의 영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지난해(2025년) 전승 80주년 기념식 행사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푸틴 대통령 왼쪽에 서 있는 모습(위)과 올해 기념식 행사의 단상 위 모습. 시진핑 주석 자리에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서 있다/사진출처:크렘린.ru
지난해(2025년) 전승 80주년 기념식 행사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푸틴 대통령 왼쪽에 서 있는 모습(위)과 올해 기념식 행사의 단상 위 모습. 시진핑 주석 자리에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서 있다/사진출처:크렘린.ru

지난해에도 전승 80주년이라는 대대적인 행사를 앞두고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올해에 비하면 불안감이 그리 높지 않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등 우크라이나가 무시할 수 없는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한 행사장에 드론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또 우크라이나 장거리 드론이 붉은 광장을 정확히 타격할 만큼 성능이 뛰어나지도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행사를 며칠 앞둔 3일 우크라이나 드론이 붉은 광장 인근의 고급 주택가를 타격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행사 당일 붉은 광장 언저리를 때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지난달(4월) 말 우크라이나발(發) 테러 위협으로 인해 열병식 행사에서 탱크와 미사일과 같은 군사력(무기) 퍼레이드를 제외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날 승전 기념일 행사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군사 작전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을 최종적으로 격파하는 데 군사력을 집중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9일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린 러시아 전승 81주년 기념식 장면/사진출처:크렘린.ru
9일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린 러시아 전승 81주년 기념식 장면/사진출처:크렘린.ru

'무기 퍼레이드'가 빠진 승전 기념일 행사는 예년과 비교하면 '거품 빠진 맥주 맛 같았다'는 게 그동안 행사를 지켜본 사람들의 느낌이었다. 

국내에서 가장 주목을 끈 장면은 역시 처음으로 행사에 참석한 북한군의 행진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이날 열병식에는 러시아 쿠르스크주(州) 해방작전(탈환)에 참여한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사열대 앞을 지나갔다. 과거 중국군이 이 행사에 참석하면서 러-중 간의 긴밀한 군사 협력 관계를 과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북한군의 행진도 러-북한 간의 혈맹 관계 측면에서 해석하는 게 맞다.

 
러시아 승전 기념일 열병식에 참여한 북한군의 모습/영상 캡처
러시아 승전 기념일 열병식에 참여한 북한군의 모습/영상 캡처
 
 
북한 측 인사들이 행사장 단상에서 북한군의 행진을 지켜보는 모습/영상 캡처
북한 측 인사들이 행사장 단상에서 북한군의 행진을 지켜보는 모습/영상 캡처

러시아 극우 자민당 당수이자 국가두마(하원) 국제문제위원장인 레오니트 슬루츠키는 "북한군의 열병식 참가는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동맹 관계를 의미한다"면서 "그들(북한 군인들)은 쿠르스크 지역을 해방하기 위해 우리 군인들과 함께 용감하고 헌신적으로 싸웠다"고 강조했다. 

행사장 단상에는 푸틴 대통령과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을 비롯해 우즈베키스탄, 말레이시아, 라오스 등 친러 성향의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인 슬로바키아의 로베르토 피초 총리는 이날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고 푸틴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가졌다. 러시아 전승 기념일을 축하하는 피초 총리의 모스크바 방문은 메르츠 독일 총리 등 EU 정상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승전 기념일 연설을 통해 "우리는 나토(NATO)의 지원을 받는 공격적 세력(우크라이나)에 맞서고 있다"며 "러시아군은 현재 진격 중이며, 승리는 언제나 우리의 것이었고 앞으로도 우리의 것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나는 우리의 대의가 정당하다고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승전 기념일 연설을 하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승전 기념일 연설을 하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총 9분간의 푸틴 대통령 연설을 분석한 스트라나.ua는 "최근 몇 년간의 기념 연설과 다를 바 없다"며 "당초 예측과는 달리, 유럽에 대한 공격 위협이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공격과 같은 강경 발언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크렘린이 앞으로 과감한 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이란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격변이 전략적으로 러시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 하에 기존의 소모전을 계속하려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날 열병식의 군 지휘관(우리의 경우, 국군의 날 제병지휘관)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도네츠크주(州) 마리우폴 공격을 이끌었던 안드레이 모르드비체프 지상군(우리 식으로는 육군) 사령관이 맡았다. 작년에는 당시 지상군 사령관 올레그 살류코프 장군이 행사를 이끌었는데, 승전 기념 80주년 행사가 끝난 직후인 (2025년 5월) 15일 모드르비체프 장군으로 교체됐다. 이날 열병식은 약 45분간 진행됐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8일 이날부터 사흘간(8~10일) 휴전을 선언하면서 "'특수군사작전' 구역(우크라이나 전쟁의 모든 전선)에서 적대 행위를 완전히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당초 8∼9일 이틀 간의 휴전에서 사흘(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로는 9~11일)로 늘어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사흘 간의 러-우크라 휴전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내가 직접 요청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양국에서 1천명의 포로 교환도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우샤코프 보좌관도 9일 "양국이 포로 교환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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