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
SNS 기사보내기
바로가기기사저장
러시아 정부 차원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메신저인 왓츠앱이나 텔레그램 등을 대체하기 위한 메신저 개발에 들어가는 한편, 입국하는 외국인들에게도 '루아이디' 모바일 앱을 통해 입국 신청서와 생체 정보를 등록하도록 했다. 이 메신저·앱은 러시아 정부의 디지털 통합 서비스 플랫폼인 '고스우슬루기'와 연동된다. 이 메신저·앱을 통해 러시아 정부의 모든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신청할 수 있다는 뜻이다.
러시아 정부가 개발하는 새 메신저는 우리의 '카카오톡' 이나 중국의 '위챗'을 떠올리면 된다. 카톡은 기본 메신저 기능을 넘어 정부의 각종 서비스와 연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왓츠앱이나 텔레그램 등 글로벌 메신저를 정부 서비스와 연계시킬 수 없으니, '러시아판 카카오톡'을 뒤늦게 개발하는 게 아닌가 싶다. 기능적으로는 디지털 ID, 결제 시스템, 하위 앱들이 내장된 중국의 '위챗'과 유사한 메신저로 포지셔닝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와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의회를 거쳐 넘어온 국가 메신저 개발 법안에 24일 서명했다. 정부의 디지털 서비스(로스우슬로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 게 이 메신저의 특징.
국가두마(하원)의 설명에 따르면 이 메신저거 러시아의통합 인증 시스템(ЕСИА)을 거쳐 제출한 각종 문서(여권과 기타 문서)는 원본과 동일하게 취급되고, 전자 서명도 가능하다. 또 디지털 신분증을 만들어 호텔 체크인, 주류와 같이 미성년 제한 상품의 구매시 연령 증명, 복지 혜택 수급 자격 여부 등에 쓸 수도 있다. 또 교육 서비스(온라인 교육)및 교육기관의 의사소통도 이 메신저로 연결된다.
러시아 디지털개발부는 이 메신저는 VK(브콘닥테)가 개발한 맥스(Max) 메신저를 기반으로 개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맥스 베타 버전은 이미 지난 3월 말에 출시됐다. 법안은 오는 9월 1일 시행된다.
새 메신저 개발은 또다른 차원에서도 해석 가능하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후 '비우호적 국가'에서 개발된 소셜미디어(SNS)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극단주의 조직으로 지정해 차단했다. ‘디지털 주권’을 확립해야 한다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그 공백을 메꿔야 하는 필요성도 있다.
다만, 국가가 개발한 메신저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정보 통제및 감시에 대한 우려도 높다. 일각에서는 기존의 왓츠앱과 텔레그램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인위적으로 늦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러시아 디지털권리단체인 인터넷보호협회의 미하일 클리마레프 이사는 "러시아 정부가 새 메신저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왓츠앱과 텔레그램의 속도를 인위적으로 늦출 것이 예상된다"며 "새 메신저의 인터페이스(사용 방식)는 의도적으로 텔레그램과 유사하게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르게이 보야르스키 국가두마 정보정책위원회 위원장은 "새로운 메신저가 출시된 후에도 왓츠앱과 텔레그램은 러시아 법률을 준수하는 한 금지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러시아의 새 메신저 개발을 앞두고 러시아 출신 두로프 형제가 개발한 텔레그램은 인공지능(AI)를 이용한 자체 '팩트 체크'(사실 확인) 기능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스트라나.ua는 29일 "텔레그램 메신저 채널의 게시물 아래에 공식적인 '팩트 체크' 배너가 뜨기 시작했다"며 'We TON' 계정의 '가짜 뉴스' 지적 사례를 소개했다. 이 계정에는 '텔레그램이 러시아를 떠나기로 했다'는 글이 올라왔는데, 게시물 아래에 '파벨 두로프가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배너가 떴다.

스트라나.ua는 "이 배너는 채널 관리자가 아닌 텔레그램 자체에서 제공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1년 전에 처음 시작된 '팩트 체크' 메커니즘이 본격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텔레그램을 개발한 파벨 두로프는 모국인 러시아는 물론 여러 국가에서 소위 '권력'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프랑스에서 체포되는 등 박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에 대한 항의 표시로 "강력한 국가(프랑스?)라는 적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유언장을 썼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그는 러시아 출신이라는 이유로 러시아 당국과 협력했다는 비난을 적극 부인하면서 "텔레그램은 그 누구에게도 자산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누군가의 자산이 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며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나의 인생 역정, 텔레그램 개발 이전에 내가 무엇을 했는지, VK(브콘닥테)와 텔레그램이 러시아와 동유럽에서 언론의 자유와 사생활을 보호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거의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