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Apr 2026

정교회 부활절 휴전, 올해는 작년과 다를까? 젤렌스키 대통령이 먼저 제안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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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이 9일 러시아 정교회 부활절(12일)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을 선언했다. 휴전 기간은 모스크바 시간(서머 타임의 적용으로 키예프 시간도 모스크바와 같다/편집자)으로 11일 오후 4시부터 12일 자정까지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안드레이 벨루소프 국방장관과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합참 의장 격)에게 "휴전 기간 모든 전선에서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적의 도발에 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3월) 말 러시아측에 먼저 부활절 휴전을 제안했으나, 크렘린은 "구체적인 내용이 없으며, 우크라이나 지도자(젤렌스키 대통령)는 일시적인 휴전이 아닌 평화를 증진하는 결정(돈바스 철군을 포함한 미-러-우크라 평화안 수락/편집자)을 내려야 한다"며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러시아 측 휴전 발표는 "11일 오후 4시부터 12일 자정까지 모든 적대 행위를 중단한다"는 구체적 내용이 포함됐다.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키예프(키이우) 하늘을 뒤덮은 검은 연기/텔레그램 영상 캡처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키예프(키이우) 하늘을 뒤덮은 검은 연기/텔레그램 영상 캡처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이란과 미국 간의 2주간 휴전을 지지하며 러시아 측에 에너지 휴전을 제안했으나, 러시아 측은 '휴전보다는 완전한 평화(전쟁 종식)를 원한다'는 원칙적인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크렘린은 9일 언론 보도문을 통해 우크라이나 측도 러시아의 휴전안을 따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는데, 이튿날(10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부활절 휴전을 지지한다고 호응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텔레그램@V_Zelenskiy_official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텔레그램@V_Zelenskiy_official

스트라나.ua는 10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 기사 중 '부활절 휴전' (Пасхальное перемирие) 코너에서 "푸틴 대통령이 부활절 휴전을 선언했고, 앞서 부활절 휴전을 제안했던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를 수락했다"며 "지난해(2025년) 부활절 휴전 당시에는 전선에서 일부 충돌이 계속됐지만 적어도 장거리 공습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또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그러나 '부활절 이후로 휴전을 연장하자'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구에 "러시아는 휴전이 아니라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원한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결정을 내린다면 평화는 내일이라도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거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의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철수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9일 공개된 이탈리아 TV 채널 라이(RAI)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우리가 돈바스를 러시아에 넘겨준다면, 그들은 우리의 방어 시설이 잘 갖춰진 지역들을 별다른 손실 없이 점령할 것"이라며 "(그 정도의) 새로운 요새를 건설하는 데는 1년에서 1년 반 정도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는 돈바스에 넘어 하르코프(하르키우) 등 다른 도시들을 공격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우크라이나 사회는 분열될 것"으로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거듭 제안하며 "모스크바도, 키예프도 아니고, 그가 만날 의향이 있다면 중동, 유럽, 미국 등 어디든 장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영토 문제와 같은 중요한 협상은 정상들끼리만 가능하다는 게 젤렌스키 대통령의 주장이다.

크렘린/러시아 TV 채널 채널1 영상 캡처
크렘린/러시아 TV 채널 채널1 영상 캡처

스트라나.ua는 근본적으로 휴전을 반대하는 크렘린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부활절 휴전 카드를 꺼내든 이유로는 두 가지를 들었다. 다가오는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에 대비하고, 미국의 대(對)러 에너지 제재 해제 연장을 겨냥한 분위기 조성이다. 

젤렌스키 대통령 등에 따르면 미-러-우크라 3자 평화 협상의 미국 측 대표인 위트코프 대통령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쿠슈너가 부활절 이후 우크라이나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측과 협의를 마친 뒤 모스크바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앞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가국방안보회의 서기(장관급) 등은 지난달(3월) 21일 미국 플로리다로 날아가 위트코프 특사 등을 만난 바 있다. 미국 대표단의 키예프 방문은 이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보인다.

또다른 이유로는 키릴 드미트리예프 크렘린 대외협력 특사(러시아 직접투자펀드 대표)가 미국을 방문중이라는 사실이 지목된다. 그는 미국 측과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과 양국간 경제 문제(특히 대러 석유 제재의 해제 연장)를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활절 휴전은 지난해에도 어렵사리 성사됐다. 러시아가 부활절 휴전을 일방적으로 선언했고, 우크라이나도 같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러시아 국방부는 부활절 휴전 기간에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진지에 대한 포격과 드론 공격을 계속했다며 "휴전 위반 사례가 4,900건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소에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사진출처: meduza.io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소에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사진출처: meduza.io

휴전 제안은 최근 들어 젤렌스키 대통령의 단골 메뉴다. 그는 8일 "미국과 이란의 2주간 휴전을 지지한다"며 우크라이나에서도 같은 조치를 취하자고 촉구했다. 그는 텔레그램 채널에 "휴전은 전쟁을 종식시킬 올바른 결정"이라고 전제한 뒤 "휴전은 외교적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시간과 필요한 여건을 마련해 준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항상 휴전을 주장해왔고, 다시 한번 러시아에 촉구한다"며 "러시아가 공격을 중단한다면 우리도 상응하는 조치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썼다. 또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가 중동과 페르시아만의 안보를 확보(이란의 샤헤드 드론 요격/편집자)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틀 전(6일)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에너지 휴전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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