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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14-09-11
국가
러시아
러시아 미술은 한국인에게 가장 낯선 예술 분야다. 러시아 회화는 신일 합일 열망의 발로다. 수많은 예술가, 그중에서 서구 음악과 미술의 발전사는 종교적 계시에 답하는 순례의 기록이다. 동양 예술이 천인합일을 담았다면 서구 회화는 천상에 다가가려는 인간의 몸부림을 화폭에 담았다.
비잔틴으로부터 수용한 동방 정교회를 국교로 삼는 러시아의 미술은 우리에게 있어 생소하다. 러시아의 20세기 이후 미술 작품들, 레핀 등 사실주의 화가와 샤갈과 칸딘스키 등 추상주의 화파의 작품 외에는 우리에게 알려진 작품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므로 보통 러시아 회화라고 하면 고개를 가로젓는다. 특히 러시아 벽화(프레스코)는 더욱 그렇다. 러시아 미술 회화 표현양식인 벽화와 성상(Ikon)을 한국 사람들이 접하기란 힘들다.
그래서 낯설다. 비잔틴 예술과 벽화는 마치 사물과 그림자처럼 함께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번쯤 러시아를 여행하며 성당 내부를 관광한 한국 사람들은 벽화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한국인들에게 러시아 회화가 낯설듯 러시아인들에게 한국 미술도 낯선 장르다.
그렇다면 러시아인들에게 한국의 색(色)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갈까. 러시아는 세계적인, 수많은 화가들을 배출했다. 내로라하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은 <트레치야콥스카야 미술관>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예르미타시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또 연중 화랑전도 열린다. 그만큼 미술 작품을 사랑하는 민족이 바로 러시아인들이다. 그렇다면 모스크바에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관람하는 건 가능할까? 가능하다. 최근 문을 연 덕분이다.
갤러리 명은 서울(SEOUL)과 모스크바(MOSCOW) 앞 영문 머리글자를 땄다. 동양 고전의 전통적 미와 색감에 한국의 정서가 물씬 풍기는 작품들이 러시아 미술 애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전시 작품들은 이순례, 김규현, 전태홍, 배선관 등 중견 화가들의 작품 50점이다. 풍속화를 비롯한 전통적인 한국화와 현대적 기법의 유화작품을 비롯해 풍경화, 연꽃, 무궁화 등을 소재로 한 그림에서 추상화까지 다양하다. 갤러리는 모스크바 <콜스톤 호텔> 내에 있다. 올해 2월 문을 열었다. 개방형이다. 러시아 현지인 수시로 드나드는 통로다. 폐쇄된 공간이 아니어서 누구든지 자연스럽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갤러리를 만든 주인공은 민주 평통 모스크바 협의회 회장 김원일 씨다. 한국과 러시아 간 무비자 협정이 발효되는 등 서먹했던 양국 간 관계가 어느 때보다 확대일로를 걷고 있는 시기에 그는 문화교류 첨병이 되자고 마음먹었다. 러시아어로 한국 소식을 알리는 포털 사이트 ‘원 코리아(www.onekorea.ru)’콘스탄틴 자하로프 대표는 “러시아에서 일고 있는 한류가 한국미술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관심을 끌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김원일 씨와의 일문일답*****
화랑을 열게 된 계기는
러시아는 다문화 다민족 국가다. 타문화에 대한 편견보다 포용력이 강하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은 오래전부터 예술 분야와 관련해 다양한 교류를 해왔다. 한국과 러시아가 상호 호상관계로 도약하고 있다. 때마침 한류 바람이 불고, 한러 관계가 발전하는 시점에서 갤러리를 여는 것은 양국 간 문화교류 밑거름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정치 경제 협력 같은 거시적인 교류도 결국 문화 교류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국 문화를 알리는데 소임을 다할 생각이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화랑은 어떻게 운영되나
한국 작가들의 우수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고전 작품은 아니지만 한국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한국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다. 화랑이 위치한 <콜스톤 호텔>은 모스크바에서 한인 타운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현지인은 물론 외국인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다. 굳이 찾지 않아도, 문을 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오가며 관람할 수 있도록 갤러리를 꾸몄다.
어떤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나
이숭래 작가의 <소망>이란 작품을 예로 들겠다. 이 작품의 소재는 연꽃이다. 동양 사람들이 좋아하는 꽃은 연꽃이다. 동양권 문화에서 불교문화는 빼놓을 수 없는 절대적 가치다. 연꽃은 불교를 상징한다. 소재는 동양적이지만 표현 방식은 서양화 기법이다. 그래서 러시아인들에게 이질감이 없으면서도 동양적 요소를 쉽게 전달하고 있다.
전태웅 화가의 그림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토속적인 풍경을 그렸지만, 작법은 서양화 기법이다.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무척 좋아하는 작품이다.
※사진출처: 김원일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