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치의 약탈로 사라진 ‘호박방’은 흔히 ‘세계 8번째 불가사의’로 불리지만, 이 사건의 핵심은 전설이 아니라 전쟁이 남긴 ‘기록 가능한 공백’이다. ‘호박방(Amber Room)’은 원래 러시아에서 태어난 유물이 아니라, 18세기 초 ‘프로이센’ 궁정에서 시작된 바로크 장식 프로젝트였다. 1701년 무렵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1세’가 ‘샤를로텐부르크 궁전’에 설치할 호박 패널 장식실을 구상했고(설계자로는 ‘안드레아스 슐뤼터’가 자주 언급된다), 호박 장식 장인들의 공방이 수년간 패널을 제작했다. 이 장식은 1716년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가 ‘표트르 대제’에게 외교적 선물로 건네면서 러시아 제국의 상징으로 ‘이주’한다. 이후 여러 차례 확장과 재배치를 거쳐 ‘차르스코예 셀로’의 ‘예카테리나 궁전’에서 가장 유명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고, 호박 특유의 반투명한 황금빛이 거울‧금박‧모자이크와 결합해 “빛으로 만든 방” 같은 인상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문제는 1941년이다. 독일군이 ‘푸시킨(차르스코예 셀로)’ 일대를 점령한 뒤, ‘호박방’ 패널은 해체돼 상자에 실려 ‘쾨니히스베르크(오늘날 러시아 ‘칼리닌그라드’)’로 옮겨졌고, 전쟁 말기 혼란 속에서 최종 행방이 끊긴다. 이 지점부터 ‘팩트’와 ‘가설’이 갈라진다. ‘쾨니히스베르크 성’에서 한때 전시됐다는 기록, 공습이 거세지자 분해 보관됐다는 증언, 그리고 1945년 ‘소련군’ 진입 당시 실물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공백은 비교적 널리 공유되는 ‘뼈대’다. 반면 “어딘가에 숨겨졌다” “선박으로 옮겨졌다” 같은 이야기는 매혹적이지만, 확정 문장으로 쓰기엔 근거의 질이 들쭉날쭉한 영역이다(그래서 지금도 ‘호박방’은 역사 기사보다 ‘추적 서사’에서 더 자주 소비된다). 그럼에도 ‘호박방’ 이야기가 21세기에 다시 살아난 이유는 ‘복원(정확히는 재현)’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1979년부터 ‘예카테리나 궁전’의 ‘호박방’을 본격적으로 재현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장인‧과학자‧미술사가들이 전쟁 전 사진 자료와 남은 조각, 공예 기법을 바탕으로 패널을 새로 제작해 2003년 일반에 공개했다. 또한 전후 오랫동안 “완전히 사라졌다”로 기울던 분위기 속에서도, ‘진품 호박방’의 일부 구성품이 2000년에 러시아로 반환된 사실은 ‘미스터리’에 현실감을 더했다(대표적으로 ‘피렌체 모자이크’와 ‘서랍장’ 반환이 알려져 있다).
즉, 오늘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나치가 훔쳐간 그 방’이 아니라, 러시아가 20여 년 넘는 시간과 공예 기술을 동원해 되살린 “현재형의 호박방”이다. 이걸 알고 들어가면 관람 포인트가 달라진다. “진짜가 어디 있나”보다 “호박이라는 재료를 어떻게 벽 전체로 세우고, 빛을 어떻게 설계했나”로 초점이 옮겨진다. 호박은 온도‧습도 변화와 충격에 민감한 재료라서, 전쟁 와중의 이동과 보관이 왜 치명적이었는지도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여행자 관점에서 ‘호박방’을 가장 확실하게 만나는 방법은 단 하나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남쪽의 ‘푸시킨’에 있는 ‘차르스코예 셀로 국립박물관‧보존구역’으로 가 ‘예카테리나 궁전’ 내부 관람 동선에 포함된 ‘호박방’을 보는 것.
주소는 러시아어로 ‘Санкт-Петербург, г. Пушкин, ул. Садовая, 7’(사도바야 7)로 안내된다. 운영 시간과 휴관일은 계절‧행사에 따라 바뀌는 편이라(특히 성수기엔 시간대별 입장권 운영), 출발 전 ‘차르스코예 셀로’ 공식 안내에서 ‘시간대별 티켓’과 당일 입장 방식(온라인‧현장)을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동선 팁까지 덧붙이면 이렇다. ① 상트 도심에서 ‘푸시킨’까지는 통근열차(비텝스키 역 등)로 접근한 뒤, 역에서 버스나 택시로 궁전 구역으로 들어가는 방법이 흔하고 ② 지하철 ‘쿠프치노’ 방면에서 ‘푸시킨’으로 가는 버스 노선도 자주 언급된다. ③ ‘예카테리나 궁전’은 내부 관람 시간이 제한되고 줄이 길 수 있으니, “궁전‧호박방(핵심) → ‘예카테리나 공원’ 산책(여유) → 주변 카페(정리)” 순으로 하루를 짜면 체감 만족도가 높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호박방’ 서사의 매력은 “저 어딘가에 진품이 있다”가 아니라 “전쟁이 예술을 어떻게 이동시키고, 어떻게 증발시키는가”라는 질문에 있다. ‘호박방’은 보물찾기보다 전쟁 약탈‧문화재 반환‧복원 과학‧장인 기술이 한꺼번에 만나는 보기 드문 사례다. 그러니 ‘푸시킨’에서 재현된 방을 볼 때는 ‘미스터리’를 보러 간다기보다, 사라진 걸 ‘기술로 다시 만든’ 한 나라의 집요함을 보러 간다고 생각하면 훨씬 선명해진다.
최승현 에디터 buyrussia21@gmail.com